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974


《고등말본》

 최현배 글

 정음사

 1949.1.25.첫/1950.5.20.17벌



  세종 임금님은 ‘훈민정음’을 여미었고, 주시경 님은 ‘한글’이라는 이름을 지으면서 우리말길(국어문법)을 처음으로 세웠고, 최현배 님은 남녘 나름대로 말글을 가다듬는 틀을 잡았습니다. 《고등말본》이며 《중등말본》이며 《우리말본》이 태어났어요. 1949년 1월에 처음 나온 배움책이 1950년 5월에 17벌을 찍을 만큼 눈부시게 팔리고 읽혔습니다. 1845년 8월에 나라를 되찾았어도 아직 우리말을 되찾지는 못 한 터라, 이 나라 누구나 ‘일본말글’이 아닌 ‘우리말글’로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꿈을 그리는 길로 첫발을 내딛는 셈이었어요. 한겨레싸움이 터지기 앞서 《고등말본》을 아슬아슬하게 사읽은 분은 뒤쪽에 “나는 갓난아기로다. 아직껏 우리말을 배우고 있어요.” 하고 한 줄을 남깁니다. 그런데 이 책을 한 사람만 읽지 않았어요. 꽤 많이 돌려읽었지 싶은데, 1950년에는 ‘오동환’ 님 자국이 남고, 1967년에는 ‘채순덕’ 님 자국이 남습니다. 언제인지 모르나 ‘이익현’ 님 자국도 남아요. 세 사람은 책끝에 이름을 남기면서 “기쁘며 고맙게 읽었다”는 마음을 심어 놓습니다. 이러다가 오래오래 더 읽히지 않은 듯싶더니, 이제는 제가 2024년 7월에 경남 진주 〈형설서점〉 책시렁에서 만납니다. 앞으로 이 책을 더 돌려읽기로 나누거나 누릴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나이가 몇이어도 “나는 갓난아기로다” 하고 여기면서 “우리말을 새로 배운다”는 마음을 품을 뒷사람을 고요히 그려 봅니다. 밥살림과 옷살림과 집살림도 꾸준히 가다듬고 익혀야 빛나듯, 말살림과 글살림도 한결같이 쓰다듬고 돌아보아야 반짝입니다. 한 걸음은 끝이 아닌 처음이니, 두셋 서넛 너덧으로 잇는 발걸음이 모여 온누리가 즐거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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