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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ㅣ 창비시선 501
도종환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9.14.
노래책시렁 449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도종환
창비
2024.5.10.
전라남도에서 살아가며 돌아보면, 이곳에서는 ‘없다’라는 말을 늘 할 수밖에 없습니다. 깨끗하게 일하는 벼슬아치를 볼 수 ‘없다’고, 검은짓을 일삼는 벼슬아치나 글바치를 다스리거나 쳐내는 틀(법)이 ‘없다’고, 시골아이가 시골을 사랑하며 뿌리내리도록 이바지하는 배움터가 ‘없다’고, 서울로 굳이 안 가고 시골에 남으려는 시골아이를 사랑하는 어른이 ‘없다’고, 조금이라도 똑똑하거나 일 좀 할 만하다 싶으면 모조리 서울로 떠나고 이 고장에 ‘없다’고 하는 말을 날마다 합니다.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은 ‘벼슬잡이(장관·국회의원)’가 쓴 글을 묶습니다. 이미 도종환 씨는 벼슬말에 훅 잠겼습니다. 전라도 들숲바다에 ‘신재생에너지’라는 이름으로 ‘태양광·풍력’을 잔뜩 때려박을 뿐 아니라,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부터 바다밑을 파헤쳐서 ‘태안 해안 국립공원’을 거쳐서 인천 앞바다에 이르는 ‘해저특고압송전선’ 삽질을 하는데, 왜 이런 ‘민주당 + 국민의힘 두레삽질’을 놓고는 벙긋조차 안 할까요? 서울에 있는 동사무소 일꾼이 맡는 ‘동 주민’에 대면 1/10도 안 되는 전남 여러 고을인데, 고작 2만쯤 사는 전남 지자체는 공무원이 1000이 넘고, 5만쯤 사는 전남 지자체는 공무원이 2000이 넘습니다. 적잖은 군청은 전남도청보다 크고 으리으리합니다. ‘배신자’와 ‘권력’은 뭘까요?
ㅅㄴㄹ
꽃이 하염없이 지는 동안 / 배신자들이 권력의 자리로 옮겨가고 / 물 위에 떨어진 꽃잎들은 악취 속을 부유하였으며 (바깥/20쪽)
수구 주류와 외척 정치에 끈을 대려는 이들이 / 나를 살려두면 안 된다는 / 상소를 다투어 올리고 있다고 한다 (사의재四宜齋/32쪽)
경쟁과 협조와 적대가 병행되는 속에서 / 그들은 지속가능한 전략을 짜고 있었고 / 우리가 어디에 줄을 서야 할까 / 조바심치며 계산하는 동안 (충돌/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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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도종환, 창비, 2024)
아버지께 편지를 자주 쓴 것
→ 아버지한테 글월 자주 썼고
10
첫 줄을 쓰기 위해 별을 올려다본 것
→ 첫 줄을 쓰려고 별을 올려다보았고
10
무성한이란 말과 수풀에 대해 수많은 상상을 한 것
→ 숱하다란 말과 수풀을 놓고 숱한 생각을 했고
10
영혼을 편하게 하는 일이 숲의 일이라는 걸 알게 된 것
→ 숲은 넋을 달래는 줄 알았고
→ 숲은 넋을 다독이는 줄 알았고
10
인내의 길이를 길게 늘여가는 게 시간이고
→ 더 참아가는 나날이고
→ 오래도록 참아가는 하루이고
10
시간이 사람을 깊게 한다는 말을 믿은 것
→ 하루가 쌓여 사람이 깊다는 말을 믿고
→ 삶이 흐르며 사람이 깊다는 말을 믿고
10
어머니에게 여린 마음의 씨앗을 물려받은 것
→ 어머니한테서 여린 마음씨앗을 물려받았고
11
사랑하는 이를 만나면 마음이 선해지던 것
→ 사랑하는 이를 만나면 마음이 곱고
→ 사랑하는 이를 만나면 마음이 맑고
11
의롭게 살다 간 사람들의 인생을 흠모하게 된 것
→ 곧게 살다 간 사람을 우러르고
→ 반듯하게 살단 간 사람을 섬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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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