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2024.9.11. 글 좀 줄여요
나는 나를 쓴다. 나는 나 스스로 살아가며 바라보고 마주하고 느끼고 겪고 돌아보는 이야기를 쓴다.
나는 너를 안 쓴다. 나는 나를 쓸 일이고, 너는 너를 쓸 뿐이다. 너는 나를 쓸 까닭이 없다. 너는 너 스스로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가는 하루를 쓸 노릇이다.
우리는 서로 말을 섞으면서 우리말(우리가 나누는 말)을 쓴다. 우리는 너희말도 그들말도 안 쓴다. 우리는 스스로 살리면서 어느새 서로 빛나는 말을 주고받으니, 이 이음말이란 이야기이고, 이야기를 펴고 들으면서 새롭게 눈을 뜨고서 가만히 귀를 연다.
나는 마음껏 말을 하고 글을 쓴다. 그래서 글이 좀 길다고 묻는 분이 있으면, 기꺼이 줄여서 다시 쓰거나, 조용히 딴 데로 간다. 아름글이라면 길거나 짧지 않다. 아름글은 그저 아름글이다. 시늉글은 그냥 시늉글이다. 시늉글은 뭘 덧붙여도 시늉에 갇혀 헤맨다.
해는 늘 그대로 비추고 우리는 늘 새로 걸으면서 언제나 다른 철빛으로 물든다. 숲은 노상 고스란히 푸르고 우리는 한결같이 사랑하면서 이곳에 생각씨 한 톨을 심는다.
여름이 저물고 가을로 간다. 여름새는 떠나가고 풀벌레는 노래하니 이제 겨울새가 웃으며 날아오겠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