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경비원의 일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0
정지돈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9.2.

다듬읽기 229


《야간 경비원의 일기》

 정지돈

 현대문학

 2019.11.25.



  슬쩍 ‘품절’로 뜬 《야간 경비원의 일기》를 읽었습니다. ‘절판’은 아니로구나 싶군요. 글쓴이는 2024년 8월 29일에 ‘입장문’을 새로 올렸다고 하는데, “긴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로 맺습니다. 그런데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라는 글자락은 ‘무늬한글’일 뿐, ‘우리말’은 아닙니다.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가 섞였어요. “깊은 감사”나 “감사를 드립니다”는 일본말씨이자 옮김말씨입니다. 우리말 ‘고맙다’이든 일본스런 한자말 ‘감사’이든 이미 “고개숙일 만하다”는 뜻입니다. “깊다고 여길 만큼 반갑다”는 밑뜻이에요. 누가 옳으니 그르니를 떠나서, ‘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이려 한다면, 또 ‘한국문학’이라는 이름을 쓰려 한다면, 먼저 우리말을 우리글로 옮기는 길부터 익힐 일이지 싶습니다. 말이란, 마음을 담은 소리입니다. 마음이란, 우리가 스스로 누린 삶을 모두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글이란, 삶을 담은 마음을 옮긴 소리인 말을, 눈으로 보라면서 그린 자국입니다.


ㅅㄴㄹ


《야간 경비원의 일기》(정지돈, 현대문학, 2019)


이것은 밤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 이 이야기는 밤고을을 다룬다

→ 이 얘기는 밤마을을 옮긴다

→ 밤고을을 이야기해 본다

→ 밤마을 이야기를 해본다

9쪽


매일 밤 도로 위를 떠도는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며

→ 밤마다 떠도는 그림자 이야기이며

→ 밤이면 떠도는 그림자를 이야기하며

9쪽


나는 그것을 다시 자음과 모음으로 나눌 수 있고

→ 나는 말을 다시 닿소리 홀소리로 나눌 수 있고

→ 나는 낱말을 다시 닿홀소리로 나눌 수 있고

10쪽


일종의 습작 같은 건데 어떨지 모르겠다

→ 이른바 밑글인데 어떨지 모르겠다

→ 가볍게 써 보았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10쪽


밤하늘의 별만큼 수많은 야간 경비의 수호성인들이

→ 밤하늘 별만큼 숱한 밤지기 돌봄빛이

11쪽


가장 좋아하는 건 양화대교와 마포대교 사이 구간이다

→ 양화다리와 마포다리 사이를 가장 좋아한다

→ 양화다리와 마포다리 사이가 가장 좋다

16쪽


대학에서 알게 된 친구다

→ 열린배움터에서 만났다

18쪽


영화를 안 보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 보임꽃을 안 본대서 창피할 까닭이 있는지 모르겠다

→ 보임꽃을 안 보기에 부끄러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22쪽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한결 나았다고 할 수 있다

→ 언덕을 차지했다고 할 수 있다

→ 마루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24쪽


아무 특징도 없는 그냥 셀카였다

→ 아무 멋도 없는 그냥 혼찍이다

→ 남다르지 않은 그냥 나찍이다

33쪽


에이치가 말하며 내게 동의를 구하는 눈길을 보냈다

→ ㅎ은 내게 그렇지 하며 쳐다본다

→ ㅎ은 고개를 끄덕이는 눈으로 본다

37쪽


니가 힙한 동네 잘 알잖아

→ 니가 남다른 곳 잘 알잖아

→ 니가 새터 잘 알잖아

→ 니가 잘나가는 데 알잖아

→ 니가 앞서는 데 잘 알잖아

37쪽


도시 위를 걷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 거리를 걸으면 즐겁다

→ 서울을 걸으면 즐겁다

46쪽


내 맞은편에는 야상을 입은 사내가 앉았다

→ 맞은쪽에는 덧옷을 입은 사내가 앉았다

→ 맞은켠에는 마고자를 입은 사내가 앉았다

58쪽


대대적인 숙청이 시작되었다

→ 잔뜩 자른다

→ 확 쳐낸다

63쪽


2년을 만기로 채우고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 이태를 꽉 채우고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고 했다

→ 두 해를 다 채우고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단다

63쪽


피뢰침 위로 번개가 연거푸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고

→ 벼락바늘에 번개가 거푸 떨어지는 듯하고

→ 번개바늘에 번개가 거푸 떨어지는구나 싶고

80쪽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

→ 내가 뭘 바라는지 모르겠다

→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

→ 내 꿈이 뭔지 모르겠다

82쪽


먼지로 자욱한 서울 시내가 멀어져 가고 있었다

→ 먼지로 자욱한 서울 거리가 멀다

→ 먼지로 자욱한 서울이 이제는 멀다

→ 먼지로 자욱한 서울을 멀리 떠난다

12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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