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꽃 / 숲노래 말넋

사라진 말 2 사랑 2024.8.28.



  ‘좋다·좋아하다’는 그저 ‘좋다·좋아하다’일 뿐이다. ‘좋다·좋아하다’는 ‘사랑’하고 멀다. 그러나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엉뚱하게 “사랑 : 4.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6. 열렬히 좋아하는 대상”처럼 풀이한다. 살을 섞는다면 ‘살섞음’일 뿐, 사랑일 수 없다. 그런데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뜬금없이 “사랑 : 5. 성적인 매력에 이끌리는 마음. 또는 그런 일”처럼 풀이한다. 낱말책을 뒤적여서 ‘사랑’이 어떤 뜻인지 알아보려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낱말풀이가 아직 얄궂은 줄 알아챌 사람은 몇이나 될까? 곰곰이 보면 ‘연애·애착’은 ‘연애·애착’일 뿐이지만, 이때에도 ‘사랑’이라고 잘못 여기기 일쑤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만나니 좋아할 뿐인데, 좋아하더라도 아직 사랑이 아닌 줄 못 느낀다면, 그만 서로 매달리거나 얽매이거나 잡아당기려고 한다. 이른바 ‘애착·미련’이다. ‘좋다 = 좁다 + 좇다’이다. 마음에 드는 곳이나 길이나 사람을 찾을 적에는 ‘좁힌’다. 좁혀서 고르기에 ‘좋아하다’요, ‘좁혀서 고르고 좇’기에 ‘좋다’이다. 좋기에 ‘조용조용’하지. 그래서 ‘좋다 = 나쁘지 않다’요, ‘나쁘다 = 좋지 않다’이기도 하다. 이와 달리 사랑은 좋거나 나쁘다고 안 가른다. 사랑은 하늘처럼 품고 바다처럼 너르면서 별처럼 빛나는 숨결이다. 바람처럼 싱그럽게 살리기에 사랑이고, 숲처럼 푸르게 보듬기에 사랑이다. 갈수록 사랑이 잊힌다. ‘사랑타령’이 쏟아진다. ‘사랑흉내’나 ‘사랑척’이 넘친다. ‘내리사랑·치사랑’은 아이어른 사이에 짓는 참다운 빛길이지만, 어버이답거나 어린이다운 환한 빛도 어느새 잊힌다. 사랑이 무슨 뜻인지 잊다가 잃기에 사람다운 매무새도 잊다가 잃는구나 싶다. 사랑이 사라지려는 때일수록 참하고 참답게 사랑을 찾아나서야지 싶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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