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골목나무 (2024.4.19.)
― 부산 〈대영서점〉
예부터 집을 지을 적에는 ‘집을 감싸는 나무’를 헤아렸습니다. 집이 하나둘 모이는 마을에서는 ‘마을을 두르는 숲’을 살폈어요. 그러면, 마을을 모은 고을과 고장은 어떤가요? 뭇고을과 뭇고장을 여민 나라는 어떻지요? 뭇나라가 어울리는 푸른별은 어떻습니까?
글씨란 정갈히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마음씨도 솜씨도 정갈하게 추스르고, 생각씨도 매무새도 정갈하게 돌보기에 사람답습니다. 사람답기에 아름다워요.
이제 한봄입니다. 곧 멧딸기가 빨갛게 익는 늦봄입니다. 모든 아이가 나무타기를 하며 노는 하루를 실컷 누릴 수 있으면, 온누리가 달라질 만하리라 봅니다. 나무타기는커녕, 맨손으로 나무를 만지기 어려운 터전에서 아이들이 굴레에 갇힌 나날이라면, 이때에는 죽음나라이지 싶습니다.
부산 동광동에서 ‘살림씨앗(함께 쓰는 사전 모임)’을 펴기 앞서 보수동 책골목을 걷습니다. 책골목 곳곳에는 골목나무가 있어요. 이 길을 오가는 분 가운데 골목나무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몇일까요? 드물더라도 틀림없이 있겠지요. 〈대영서점〉에 깃들어 여러 책을 살피다가 나무를 그립니다. 오늘 이렇게 종이꾸러미로 거듭난 나무는 예전에 어느 나라 어느 숲에서 우람하게 가지를 뻗던 숨결일까요?
이 나라는 ‘전기자동차 뒷배(지원·보조금)’를 잔뜩 했습니다. 그러나 멈춰야 할 바보짓 아닐까요? ‘뚜벅이·두바퀴(자전거)’한테 밑돈(기본소득)을 대어야 올바를 텐데요? 푸른길(친환경)이란, 걷기와 두바퀴입니다. 마구 달리는 두바퀴가 아닌, 마을나무 곁에서 다리를 쉬면서 느긋이 흐르는 두다리와 두바퀴이지요.
서두르면 다 망가집니다. 느긋이 가만히 지켜보면서 쓰다듬고 어루만지면 어느새 글이 태어나고, 살림이 자라고, 집과 마을과 나라가 아름답습니다. 어렵게 생각하면 모두 어렵지만, 그저 하면 모두 그저 하게 마련입니다. 나무 한 그루부터 심을 손바닥만 한 마당을 건사하는 조그마한 시골집에서 살림을 짓는 사람이 온누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서울 한복판 잿집(아파트)에 깃들면서 나라일을 주물럭거리는 무리가 늘수록 나라가 망가지고 마을도 무너지고 집도 흔들립니다.
왜 종이꾸러미를 읽는지 돌아봅니다. 나무가 몸을 베푼 숨결이 책이거든요. 멀쩡한 숲을 굳이 솎아서 종이를 얻었다면, 물과 기름을 듬뿍 써서 종이를 지었다면, 이 종이에는 아무 글이나 그림을 안 담아야 사람답고 살림답고 사랑답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잊고 잃은 ‘-답다·-다움’을 다시 마음에 담을 씨앗 한 톨과 그릇 하나를 떠올립니다. 다르기에 담고, 담으면서 닿고, 닿으면서 들길을 달립니다.
ㅅㄴㄹ
《世界の民話》(矢崎源九郞 엮음, 社會思想社, 1966.5.30.첫/1969.7.30.8벌)
- 現代敎養文庫 562
《新しい人類進化學》(埴原和郞, 講談社, 1984.8.20.첫/1991.6.25.8벌)
《ポプラ社の寫眞圖鑑 8 カメラ》(滑精行·加藤春生, ポプラ社, 1962.5.20.)
《民族知性의 探究》(송건호, 창작과비평사, 1975.1.5.첫/1977.1.25.4벌)
《音樂의 方法》(이강숙, 민음사, 1982.1.10.첫/1982.10.10.2벌)
《드레퓌스》(N.할라즈/황의방 옮김, 한길사, 1978.9.5.첫/1979.6.30.3벌)
《XY談》(임신중 엮음, 가을글방, 1986.11.10.)
- 대구 중구 남산동 237
《나는 누구인가》(라마나 마하리쉬/이호준 옮김, 청하, 1987.4.25.첫/1989.4.25.4벌)
《다국적 기업이란 무엇인가》(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엮음, 민중사, 1983.11.25.)
《동독의 통일 혁명》(마를리스 멩게/최상안 옮김, 을유문화사, 1990.12.15.)
《科學의 歷史》(전상운, 산학사, 1983.3.31.)
《由熙》(이양지, 삼신각, 1989.2.1.첫/1989.3.8.4벌)
《이오덕 유고 시집》(이오덕, 고인돌, 2011.7.10.)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윤정모, 고려원, 1988.5.5.)
《마법의 공원》(수산나 타마로 글·토니 로스 그림/이기철 옮김, 고려원, 1996.9.1.첫/1996.10.1.3벌)
《내 영혼의 충격》(천주교부산교구 괴정성당신우회 엮음, 소문출판사, 1981.5.10.
- 부산 서구 토성동 3-13
《그래, 엄마야》(인권기록활동네트워크 소리, 오월의봄, 2016.4.22.첫/2016.12.23.4벌)
《책이 좀 많습니다》(윤성근, 이매진, 2015.2.28.첫/2015.12.5.3벌)
《뭐라도 되겠지》(김중혁, 마음산책, 2011.10.5.첫/2017.9.10.13벌)
《探具新書 3 韓國文化史序說》(조지훈, 탐구당, 1964.8.5.)
《探具新書 50 日本史》(E.O.라이샤워/정병학 옮김, 탐구당, 1967.5.30.첫/1972.12.5.5벌)
《探具新書 67 朝鮮傳》(이민수 엮음, 탐구당, 1981.2.10.중판)
《探具新書 74 美國 女性史》(W.H.Chafe/이봉순 옮김, 탐구당, 1974.9.25.)
- 드림. 女性問題硏究會
《探具新書 75 韓國古代史論》(이기백, 탐구당, 1981.2.10.중판)
- 각종도서 해사도서 〈문우당〉
- 부산 중구 남포동 4가 3. 22-3344
《探具新書 92 韓民族과 그 藝術》(柳宗悅/송건호 옮김, 탐구당, 1976.3.20.)
《探具新書 104 檀君神話의 新硏究》(김재원, 탐구당, 1976.5.30.)
《探具新書 105 日東壯遊歌》(김인겸/이민수 옮김, 탐구당, 1976.6.25.)
《探具新書 191 T.S.엘리어트》(노오스럽 프라이/강대건 옮김, 탐구당, 1979.10.15.)
- 각종도서 해사도서 〈문우당〉
- 부산 중구 남포동 4가 3. 22-3344
《探具新書 204 西征日錄》(이정암/이장희 옮김, 탐구당, 1977.9.25.)
- 책의 백화점 〈영광도서〉 1982.12.9.
《新丘文庫 6 판소리小史》(박황, 신구문화사, 1974.5.1.)
《博英文庫 110 美術鑑賞入門》(이경성, 박영사, 1976.4.20.)
《語文叢書 8 野遊·五廣大》(강용권, 형설출판사, 1977.9.20.)
《語文叢書 10 壬辰錄》(소재영, 형설출판사, 1982.2.20.중판)
《語文叢書 21 崔濟愚作品集》(김인환, 형설출판사, 1982.2.20.중판)
《語文叢書 22 鬱陵島 民謠와 歌辭》(서원섭, 형설출판사, 1982.2.20.중판)
《語文叢書 23 民間誡女書》(성병희, 형설출판사, 1982.2.20.중판)
《語文叢書 24 忠南民談》(한상수, 형설출판사, 1982.2.20.중판)
《正音文庫 62 小說作法》(정비석, 정음사, 1974.5.20.첫/1977.9.20.중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