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6.20.
《던전밥 14》
쿠이 료코 글·그림/김민재 옮김, 소미미디어, 2024.5.3.
구름이 모인다. 늦은아침부터 비를 뿌린다. 가벼우면서 꾸준하게 빗물이 듣는다. 싱그러이 적시는 여름비를 맞는 참새 서넛이 후박나무랑 헛간 지붕 사이를 오간다. 빗소리와 비내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저물녘부터 비가 멎는다. 뒤꼍에 깃드는구나 싶은 새끼고양이하고 어미고양이가 부시럭부시럭 논다. 《던전밥 14》을 읽었다. 이미 줄거리가 갈팡질팡 뒤죽박죽이었고, 마무리도 얼렁뚱땅 어영부영이다. 먹고 먹히고 또 먹고 다시 먹히는 얼거리로 짜다 보니, 먹자판에서 헤매다가 슬그머니 끝낸 듯싶다. ‘밥’이란 무엇인가? 밥은 ‘밭’에서 거두는 ‘바탕’이다. 목숨을 잇는 밥은, 뭍에서라면 밭에서 얻고, 물빛으로는 바다에서 얻는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바람한테서 얻는다. 밥·밭·바탕·바다·바람은 나란하다. 뗄 수 없이 하나이다. 살덩이만 밥일 수 없다. 늘 마시는 바람이야말로 숨빛을 살리는 밥이고, 언제나 머금는 물(바다)이야말로 숨결을 빛내는 밥이다. 우리 둘레 모두가 서로 살리고 살찌우는 빛이니, 이 흐름과 얼개를 안 바라보려고 하면, 《던전밥》처럼 길잃은 붓질로 그치는구나 싶다. 끼니를 꽤 오래 끊어도 죽지 않지만, 물을 머금지 않으면 살갗이 메마르고, 바람을 안 마시면 곧장 죽어 가루가 된다.
#ダンジョン飯 #DeliciousinDungeon #九井諒子 #くいりょうこ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