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8.12.
숨은책 960
《레닌의 농업이론》
井野隆一 글
편집부 옮김
미래사
1986.7.30.
우리나라에서 햇볕이 가장 넓게 뜨끈뜨끈 오래 드는 곳은 전남 고흥이라고 여깁니다. 일본이 총칼로 옭아매던 무렵까지 이곳은 ‘흥양(興陽)’이라는 이름이었고, 일본이 억지로 이름을 바꾸어 ‘고흥(高興)’이 되는 바람에 ‘볕(陽)’이라는 뜻이 사라졌습니다. 한자 이름 ‘흥양’은 우리말로 옮기자면 ‘한볕’입니다. 하늘이 함박처럼 내린 볕으로 함께 살림을 지을 넉넉한 고장이라는 뜻입니다. 그저 맨볕으로도 넉넉한 터인데, 어쩐지 이곳에 비닐집이 잔뜩 늘었고, 2020년 앞뒤로 ‘스마트팜’이라는 허울로 유리집까지 자꾸 늡니다. 멀쩡한 ‘볕바라기’에 있는 오랜 논흙이랑 밭흙을 걷어내고서 잿더미(시멘트)를 들이부은 다음에 굳이 유리집을 세우는 500억 원이나 2000억 원에 이르는 삽질은 누구한테 이바지할까요? 땅과 돈과 힘이 있는 몇몇 주머니만 두둑하겠지요. 《레닌의 농업이론》은 땅임자하고 땅일꾼 사이를 푸는 길을 살피는 듯싶지만, ‘공장노동자 나라’라는 길에 곁따르는 시골사람으로 보는 틀을 못 벗어납니다. 나라에서 고흥처럼 작은 시골에 해마다 들이붓는 돈이 엄청납니다. 누구한테 어떻게 왜 쓰는지 하나도 알 길이 없습니다. 붓바치(이론가)가 땅바닥에 손발바닥을 대지 않으면서 붓만 쥔다면 삶하고 등집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