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8.12. 늦여름



  이곳에서는 한 해를 네 철로 나눈다. 한 철은 석 달로 나눈다. 한 달은 서른 날로 나눈다. 하루는 밤낮으로 나누고, 다시 석 나절로 나눈다.


  나누는 길을 돌아본다. 알맞게 일하고 쉬고 놀고 자고는 새로 일하고 쉬고 놀고 자라는 뜻이라고 느낀다.


  해가 뜨고 별이 잔다. 별이 돋고 해가 저문다. 하루가 가고, 달이 지고, 철이 저문다. 곰곰이 보면 철은 첫과 한과 늦으로 가른다. 첫여름에 한여름에 늦여름이다.


  첫길에 접어들고, 한바탕 추고, 느즈막이 떠난다. 석걸음을 하나로 헤아리면서 다 다른 숨빛으로 만난다. 늦겨울이면 들풀이 싹트고, 늦봄이면 첫열매가 익고, 늦가을이면 넉넉하고, 늦여름이면 바야흐로 일철이다.


  꾀꼬리 노래를 듣는다. 막바지 제비춤을 본다. 매미도 곧 잠들 테지. 새철이 코앞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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