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8.6.

숨은책 957


《韓國의 歷史像》

 이우성 글

 창작과비평사

 1982.8.30.



  우리는 우리 발자취를 얼마나 알까 하고 돌아보면 고개를 갸우뚱할밖에 없습니다. 역사책에 이름을 올린 몇몇을 빼고는 아예 어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임금이나 벼슬아치 눈밖에 난 사람들은 더더구나 종잡을 수 없어요. 어쩌다가 몇몇 사람이 몇 줄쯤 ‘한문 역사책’에 발자국을 남기는데, 1443년에 훈민정음이 태어났어도 막상 우리글로 우리 이야기를 남기기까지는 거의 500해가 흐른 뒤여야 했습니다. 《韓國의 歷史像》을 1992년에 처음 읽었습니다. 푸른배움터에서 가르치는 ‘국사’만으로는 간지러운 어느 곳도 못 긁어 주었는데, 이 책도 간지러운 데를 못 긁어 주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누리그물이며 여러 책으로 지난자취하고 오늘자취를 차곡차곡 남깁니다. 비록 먼자취는 헤아리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제부터 갈무리할 우리 하루를 고르게 추스를 수 있다면, 2200년이나 2500년이나 3000년이라는 때를 살아갈 뒷사람으로서는 “그때에는 이러했구나.” 하고 찬찬히 짚을 수 있어요. 다시 말하자면, 우리글이 태어났어도 우리글을 안 쓴 500해를 거치고서, 우리글로 우리 이야기를 갈무리하는 500해를 살아낸 뒷날에, 어디에도 기웃거리지 않으면서 임금이나 우두머리한테 얽매이지 않을 줄 아는 의젓하고 다부진 살림길을 열자면, 글길도 눈길도 생각길도 새로 틔울 때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