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8.1.

숨은책 877


《람마 1/2 3부 4》(편집부, 미림, 1991.2.10.)

《란마 1/4 요란한 아이들 1》(편집부, 월드문화, 1993.8.4.)

《란마 1/4 요란한 아이들 2》(편집부, 월드문화, 1993.8.4.)



  요새는 ‘몰래책(해적판)’이란 말을 쓰는 일이 없겠지요. 요샛말로 하자면 ‘불법출판물’일 텐데, 우리나라는 1999년 12월 31일까지는 이웃나라 책을 그냥그냥 마구 찍어서 팔았습니다. 2000년 1월 1일부터는 ‘국제저작권협약’에 따라서 이웃나라 책을 함부로 찍다가는 크게 뒤집어씁니다. 숱한 ‘어른 아닌 꼰대’였던 분들은 일본 그림꽃(만화)을 몰래몰래 옮겨다가 조그맣게 찍어서, 어린배움터(초등학교) 앞 글붓집(문방구)에 넣었습니다. 그무렵 몰래책이 얼마나 잔뜩 나왔는지 알 길이 없으나, 어린날을 돌아보노라면, 글붓집 한켠을 통째로 이 몰래책이 채웠으니, 적잖이 나왔겠지요. 또한 몰래책은 꾸준히 ‘새책’이 나왔어요. 1991년에 나온 몰래책 《람마 1/2》은 타카하시 루미코 님이 선보인 《란마 1/2》을 훔친 판입니다. 곰곰이 보니 ‘몰래책’보다는 ‘훔친책’이라 해야 맞겠어요. 《란마 1/4 요란한 아이들》은 《시끌별 녀석들》을 훔친 판이고요. 이렇게 ‘훔친책’을 몰래몰래 내어 목돈을 만진 ‘어른 아닌 꼰대’인 분들은 책이름도 슬쩍 바꾸고, 책에 나오는 사람들 이름도 살짝 바꾸고, 그림도 여러모로 가위질에 덧입히기를 했습니다. 가만히 보면, 예전에 우리나라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느긋하게 그림꽃을 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림꽃을 손에 쥐면 “공부는 안 하고 무슨 만화책이야! 갖다 버려!” 하는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오늘날까지 남은 이 훔친책이란, 엄마 꾸지람과 매질을 견뎌가며 가까스로 살아낸, 아프고 멍들면서도 웃픈 자취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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