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8.1.
숨은책 871
《한국현대극작가론 3 함세덕》
한국극예술학회 엮음
태학사
1995.9.30.
2007년 여름날, 인천 동구 화평동 한켠에서 퍽 예스러운 골목집을 보았습니다. 어느 집 한 채만 예스럽지 않습니다. 숱한 골목집은 저마다 다르게 예스럽되, 오늘도 꾸준히 살림을 잇는 두 빛이 서립니다. 어제빛과 오늘빛이 나란하면서 호젓한 골목이에요. 두바퀴를 달릴 수조차 없이 좁다고 여길 테지만, 어린이가 느긋하고 뛰고 달리면서 놀 수 있는 골목입니다. 빈틈에 꽃그릇을 놓거나 골목밭을 일구고, 서로 담벼락을 마주하면서 빨래를 널며 해바라기를 합니다. 이즈음 스친 골목집 가운데 하나가 함세덕 님이 나고자란 곳인 줄 나중에 알았습니다. 《한국현대극작가론 3 함세덕》을 돌아봅니다. 인천에서 손쉽게 일자리를 얻기보다는 서울 충무로에 있었다는 〈일한서방〉이라는 새책집에서 일했다는 자취를 읽습니다. 정병욱 님과 윤동주 님은 1940년 언저리에 서울에서 배움살이를 하면서 〈일한서방〉을 비롯한 뭇책집을 늘 드나들었다지요. 알게 모르게 숱한 글님이 책집일꾼과 책손으로 스쳤으리라 봅니다. 조그만 발자국 하나는 문득 만나고, 작은 발자취 하나는 새로 얽혀, 어느새 씨앗 한 톨로 이 땅에 깃듭니다.
함세덕이 태어난 곳은 인천부 화평리 455번지의 조부 슬하였으나 … 그는 이러한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졸업 후 동료들이 흔히 찾아가는 금융계를 포기하고 상경하여 한 서점의 점원이 되었다. 서울 본정통(현 충무로)에 있던 책방 일한서방이 그곳이다. 박봉의 고달픈 생활이었으나 그곳에서 그는 평소에 읽고 싶었던 숱한 책을 통해 지식의 갈증과 정신적 공허감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37, 38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