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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 ㅣ 창비시선 478
신동호 지음 / 창비 / 2022년 6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7.19.
노래책시렁 435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
신동호
창비
2022.6.17.
누구나 ‘노래님’입니다. 누구나 ‘노래할’ 수 있습니다. 노래님은 노래를 부르고 나누고 폅니다. 노래님더러 ‘시’를 쓰라고 하면 막히고 걸리고 갇힙니다. 거꾸로 예나 이제나 ‘시(詩)’를 만든 이들은 노래하지 않고 ‘시’를 엮으면서 ‘시심(詩心)’에 불타올랐고, 노래하고 동떨어진 ‘말엮기’가 ‘시창작(詩創作)’이라 여깁니다. 이러다 보니, 늘 노래하는 숱한 노래님은 ‘시창작’이라는 높다란 담벼락에 막히거나 갇혀요.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라고 하는 ‘시창작 결과물’을 곰곰이 읽었습니다. 글쓴이는 노래님이 아닌 시인이라서 시창작을 했을 텐데, 꺼풀을 벗을 때까지는 아무래도 노래를 모르거나 멀리하거나 등지겠구나 싶어요. ‘어른’이 아닌 ‘기성세대’로는 한겨레가 하나로 피어날 수 없어요. 남녘도 북녘도 ‘어른’이 아닌 ‘기성세대’가 우두머리로 힘을 쥐락펴락합니다. 이 나라 ‘글밭’ 아닌 ‘문단’도 ‘글님’ 아닌 ‘작가’끼리 모여서 목소리만 높입니다. 참말로 제대로 보고 생각해야 합니다. 돈(남녘 경제력)만으로는 하나로 못 갑니다. 주먹(북녘 핵무기·남녘 군수산업)으로도 하나로 못 갑니다. 글밭에서도 매한가지이니, ‘시’라는 굴레를 벗고서 ‘노래’를 할 때라야 비로소 글빛입니다.
ㅅㄴㄹ
흥에 겨워본 일 없는 생(生), 권력이 거추장스럽고 사랑이 불편하다면 도대체 어디에 머물러 너의 마음을 훔쳐낼 수 있을까, 스스로를 미워한 탓이다 (탓/85쪽)
그해 가을이 분명하다. 그림자를 두고 왔다. 보통강 가 버드나무길 어디다. 그림자가 버드나무 그늘에 묻혔을 때 사랑에 빠진 걸 눈치챘어야 했다.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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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신동호, 창비, 2022)
특별한 무언가가 된다는 건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다
→ 따로 무엇이 된다면 참으로 놀랍다
→ 남달리 무엇이 되면 참으로 대단하다
17쪽
내 야전침대에 그가 앉아 있었다
→ 내 들자리에 그가 앉았다
→ 내 접자리에 그가 앉았다
54쪽
몇개의 언덕이 앞에 있었지만
→ 몇 언덕이 앞에 있지만
→ 언덕 몇이 앞에 있지만
56쪽
그러나 목표로 했고 지표로 삼았다
→ 그러나 과녁이었고 길눈을 삼았다
→ 그러나 노렸고 눈금을 삼았다
65쪽
포격이었는지, 일점사격이었는지 알 도리가 없지만 구멍 뚫린 무릎으로
→ 쏘아댔는지, 한곳쏘기였는지 알 길이 없지만 구멍 뚫린 무릎으로
88쪽
그 색다름이 우리 집 뒷산 봄날 진달래로 반복되어 핀다는 것도 안다
→ 남다르게 우리 집 뒷메 봄날 진달래로 다시 피는 줄도 안다
→ 새롭게 우리 집 뒷메 봄날 진달래로 피는 줄도 안다
11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