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7.14.
오늘말. 보는꽃
이미 아는 일이라고 여기면 어느새 굴레에 갇힙니다. 삶이라는 밑자락에는 틀이 없어요. 사람이 살아가는 나날은 바탕이며 밑절미는 있지만, 굳어버린 틀거리로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봄이기에 봄꽃이 피고, 여름이니 여름꽃이 핍니다. 우리가 꽃사람이라면 철마다 다르고 달마다 새로우면서 날마다 빛나는 꽃보기로 하루를 누립니다. 머리카락을 스치며 날아가는 파란띠제비나비를 느끼면서 고개를 돌립니다. “넌 어느 길을 가니?” 하고 속삭입니다. 굳이 우리 집 마당에서 머리카락을 스치는 뜻을 물어봅니다. 저쪽에는 범나비가 날아와서 내려앉습니다. “넌 어떤 빛이니?” 하고 소근거립니다. 모든 나비는 뚜렷하게 다릅니다. 엇비슷해 보여도 저마다 다릅니다. 고치에서 깊이 잠들다가 말끔하게 깨어난 숨빛입니다. 하루하루 즐겁게 그림을 담으면서 날아다니는 숨결이에요. 보는눈이 있어야 나비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 보는꽃이거나 보는빛이기에 나비를 알아챌까요? 글쎄, 우리가 느긋이 거닐고 천천히 걸으면서 살림을 짓는다면, 참으로 더없이 반짝반짝 어디에서나 나비를 만난다고 느껴요. 여름바람이 퍼지고 열매가 무르익는 오늘입니다.
ㅅㄴㄹ
사람·사람꽃·이웃·숨결·숨빛·삶·살림·모습·빛·결·길·길눈·길꽃·멋·멋있다·맛보기·맛선·맵시보기·꽃사람·꽃보기·아름보기·보기·보는꽃·보는빛·보임꽃·봄꽃·보임빛·짜임새·틀·틀거리·판·밑·밑동·밑밭·밑절미·밑꽃·밑틀·밑판·바탕·바탕길·바탕꽃·밑바탕·밑싹·밑자락·그·그쪽·그사람·저·저쪽·저사람·찍다·찍히다·담다·담기다·그림·그리다 ← 피사체(被寫體)
뚜렷하다·또렷하다·확·비슷하다·닮다·엇비슷·무르익다·익다·깊다·아주·매우·무척·몹시·말끔하다·훌훌·깨끗이·퍼지다·뻗다·나돌다·더없이·바야흐로·푹·폭·참으로·이제·그야말로·이야말로 ← 완연(宛然)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