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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의 소리를 들어라
율리우스 베르거 지음, 나성인 옮김 / 풍월당 / 2021년 11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7.12.
까칠읽기 18
《이슬의 소리를 들어라》
율리우스 베르거
나성인 옮김
풍월당
2021.11.10.
《이슬의 소리를 들어라》(율리우스 베르거/나성인 옮김, 풍월당, 2021)는 ‘Tautropfen’을 옮겼다고 한다. 그런데 책이름이 뜬금없다. 옮긴이는 “작가의 의도를 우리 독자들에게 좀더 풀어 전달하기 위해 국역 제목”을 바꾸었다고 적는다. 글쓴이 뜻은 옮긴이가 잘 옮기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글쓴이가 수수하게 ‘이슬방울’이라고만 이름을 붙였고, 이 책이 태어난 이웃나라 엮음이와 펴냄이가 수수하게 붙인 뜻부터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곰곰이 보면, 우리나라는 갈수록 허울과 겉멋과 치레가 넘친다. 이슬을 ‘이슬’로 못 보고, 풀을 ‘풀’로 못 보고, 비를 ‘비’로 못 본다. 고스란히 보는 눈을 스스로 잊고, 그대로 읽는 마음을 스스로 잃고, 꾸밈없이 짓는 손길을 스스로 버리는 우리나라이다. 이런 나라인 줄 헤아린다면 책이름을 ‘이슬방울’처럼 수수하게 붙이면 안 어울리겠다고 여길 수 있다.
다만, 참빛을 잊고 잃다 못해 버리기까지 하는 우리나라이니, 더더욱 수수하게 이름을 차려야 알맞다고 느낀다. 참빛을 잃고서 허울에 갇힌 사람들한테 “이슬의 소리를 들어라”처럼 내려다보는 말씨로 나무란다면 거꾸로 더 쌀쌀맞으리라. 그리고 옮김말씨가 영 우리말씨가 아니다. 이슬은 독일에서도 이슬이고 프랑스에서도 이슬이고 일본에서 이슬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슬이다. 이와 달리, 이 나라에서 말빛은 차츰 사라지고, 말씨를 자꾸 뜬금없이 심을 뿐더러, 말결이 물결처럼 노래로 흐르던 숨결을 스스로 등돌린다고 느낀다.
밤과 새벽과 아침에 다 다른 이슬을 밤과 새벽과 아침에 늘 새롭게 맞이해 보기를 빈다. 겨울과 여름은 이슬빛이 다르고, 봄과 가을은 이슬맛이 다르다. 철빛을 읽고 물빛을 품고 살림빛을 안을 적에 비로소 우리말씨도 이웃말씨도 제대로 가르는 눈매를 가다듬으면서, 글이건 그림이건 빛꽃(사진)이건 집안일이건 바깥일이건 싱그럽고 맑게 추스르겠지.
#BergerJulius #Tautropfen
ㅅㄴㄹ
가끔씩 종이쪽지가 붙곤 했다
→ 가끔 종이쪽이 붙는다
→ 종이가 붙곤 한다
5쪽
이슬의 소리를 들어라
→ 이슬소리를 들어라
11쪽
독일어 원서의 제목 ‘Tautropfen’을 그대로 옮기면 ‘이슬방울’이 된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를 우리 독자들에게 좀더 풀어 전달하기 위해 국역 제목은 ‘이슬의 소리를 들어라’로 정했다
→ 독일판 ‘Tautropfen’을 그대로 옮기면 ‘이슬방울’이다. 그러나 글쓴이 뜻을 좀더 풀어서 들려주려고 한글판은 ‘이슬소리를 들어라’로 붙인다
12쪽
서른여섯 컷밖에 찍을 수 없는 아날로그 카메라가 있다
→ 서른여섯 칸밖에 찍을 수 없는 오랜 찰칵이가 있다
15쪽
이슬방울을 촬영하는 일은 내게 하나의 발견과도 같았다
→ 이슬방울을 찍을 때마다 새롭게 보았다
→ 이슬방울을 찍으며 새롭게 눈을 떴다
15쪽
내 인생에 내린 이슬방울에 관한 이야기를 여기 적었다
→ 내 하루에 내린 이슬방울 이야기를 여기 적는다
→ 내 삶에 내린 이슬방울을 여기에 적는다
16쪽
때때로 인생에 각인되는 순간이 있다
→ 때때로 이 삶에 남는다
→ 우리 삶에 아로새기는 때가 있다
→ 문득 남는 때가 있다
22쪽
페스티벌이 끝난 뒤 나는 오래도록 품고 있던 계획을 추진하고 싶었다
→ 오래도록 품은 꿈을 한마당이 끝난 뒤에 펴고 싶었다
→ 오래도록 꿈꾸던 일을 잔치가 끝난 뒤에 벌이고 싶었다
23쪽
물론 우리는 날씨처럼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담소를 나눴다
→ 우리는 날씨처럼 흔한 이야기도 했다
→ 우리는 날씨 이야기도 가볍게 했다
26쪽
정신 지체를 지닌 우리 누나에 대해 소피아는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 느림보 우리 누나인데 소피아는 유난히 마음을 기울였다
→ 소피아는 느린꽃 우리 누나를 눈여겨보았다
2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