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가면 24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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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7.8.

어긋나며 어울리는


《유리가면 24》

 미우치 스즈에

 해외단행본기획팀 옮김

 대원씨아이

 2010.6.30.



  마음을 기울여서 하기에 어울립니다. 마음을 안 기울이고 안 하려고 드니 안 어울립니다. 마음이 없는 채 움직이니 어긋납니다. 마음이 있기에 부드러이 다가가지요. 마음이 있지 않을 때는 어긋나지만, 마음이 있을 때에는 안 어긋납니다.


  재주가 있기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재주만 내세우니 오히려 안 어울립니다. 솜씨가 있기에 안 어긋날까요? 솜씨만 부리니 거꾸로 어긋나게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이름이 있거나 돈이 있거나 힘이 있더라도 안 어울릴 수 있어요. 이름도 돈도 힘도 없지만 어울리곤 합니다. 마음이 없는 채 이름과 돈과 힘으로 내세우니 끝없이 어긋나요. 이름도 돈도 힘도 없다지만 마음에 사랑씨앗을 심으니 언제 어디에서나 반짝반짝 어울려요.


  《유리가면 24》(미우치 스즈에/해외단행본기획팀 옮김, 대원씨아이, 2010)은 두 길을 들려줍니다. 왜 어긋나거나 어울리는지 보여줍니다. 왜 안 어긋나거나 안 어울리는지 나란히 보여주고요.

  두 사람이 어긋나는 까닭은 늘 하나예요. 돈이나 이름이나 힘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못생기거나 키가 작거나 크기 때문이 아닙니다.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이 어울리는 까닭은 언제나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돈에 이름에 힘은 없지만 마음이 있으니 어울려요. 서로 돌아보고 아끼는 눈빛과 숨결이 흐르니 어울립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 두 길을 곰곰이 짚을 노릇입니다. 마음에도 없는 말이란, 이웃한테도 스미지 못 할 뿐 아니라, 먼저 우리 스스로 좀먹습니다. 저쪽이든 그쪽이든 우리가 들려주는 말에 귀를 닫더라도, 마음에 사랑을 심은 말을 차곡차곡 펴면, 우리 삶자리에서 새록새록 깨어나는 빛살이 온누리를 천천히 적셔요.


  할퀴는 말은 남이 아닌 나를 할큅니다. 나무라는 말은 남이 아닌 나를 나무라지요. 마음으로 다가와서 짚고 살펴서 들려주는 말이어도 얼핏 까칠하거나 껄끄럽다고 여기면, 햇볕도 산들바람도 봄비도 쳐내는 셈입니다. 마음이 없이 치켜세우는 말을 그저 좋다고 웃으면, 스스로 허울에 갇히면서 허물벗기를 잊고 말아요.


  《유리가면》에 나오는 두 아이는 늘 거듭나려고 온마음을 기울입니다. 허울스러운 몸짓이 아닌 허물벗기를 하려는 몸짓입니다. 두 아이를 가르치고 이끌고 지켜보는 스승이나 동무나 이웃도 마찬가지예요. 허물벗기에 온마음을 다 하는 두 아이하고 어울리면서 스승도 허물을 벗고 동무도 허물을 벗습니다. 재주나 솜씨만으로 춤추지 못 합니다. 마음을 담은 손끝과 발끝이기에 비로소 춤입니다.


ㅅㄴㄹ


“나한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만큼 자신이 있다면 내 앞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얘기겠지? 아니면 그냥 허풍인가?” (21쪽)


“이런 이런, 또 일 생각인 겁니까?” “아니, 한 명의 연기자와, 한 명의 바보 같은 팬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 (29쪽)


“응, 왜?” “으응. 뭐랄까, 아유미가 햄버거를 물고 있는 모습이 상상이 안 돼서. 왠지 어울리지 않는걸. 난 말야, 아직 알디스를 파악하지 못했어. 내 친구가 그러는데 그건 내가 그런 대접을 받아보지 못해서 그런 거래.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 알디스의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71쪽)


“아유미는 오리겔드를 연기하기에 적합한 재능을 갖고 있다. 넌 알디스를 연기하기 적합한 재능을 갖고 있고. 자기들의 겉모습에만 치우쳐서 그 재능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164쪽)


#美内すずえ #ガラスの仮面


미스 캐스팅이다

→ 어긋난다

→ 따로논다

→ 말도 안 된다

→ 엇가락이다

5


폭우가 와도, 폭설이 내려도, 아니 지진이 일어나

→ 물벼락도, 눈벼락도, 아니 땅이 울려

→ 벼락비도, 벼락눈도, 아니 땅이 갈라져

172


보라색 장미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 보라꽃찔레 사람을 만날 수 있다

173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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