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142
《內外文庫 22 저것이 서울이다》
내외문제연구소 엮음
내외문제연구소
1965.12.25.
남북녘이 사이좋게 어깨동무하기를 안 바라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1995년에 싸움터(군대)에 끌려간 뒤로 비로소 느꼈습니다. 직업군인으로 돈을 버는 이들은 으레 싸움을 바랍니다. 남북녘이 더 피가 튀기게 다투어야 걱정없이 마쳐서(정년퇴직) 늘그막에도 꽃돈(연금)을 넉넉히 받을 수 있다고 여기더군요. 국방과학연구소나 방위산업으로 목돈을 쥐락펴락하는 이들도 어깨동무가 아닌 싸움을 바라지요. 제가 지낸 싸움터에서는 북녘까지 700미터였어요. 옆 중대는 고작 300미터였지요. 맨눈으로도 서로 어떤 옷차림인지 엿볼 수 있고, 목소리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북쪽에서는 흰옷을 웃사람이 입더군요. 비무장지대 아닌 ‘무장지대’에서 북녘 싸울아비가 농구를 하는 모습을 으레 보았는데, 함께 지켜본 웃사람이 웃으면서 “쟤들 좀 봐, 쟤들도 우리랑 똑같아. 고참 혼자만 공을 잡고 나머지는 허수아비야!” 하고 말합니다.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92년 어느 날, 헌책집에서 ‘내외문고 22 귀순 대남간첩의 수기’라는 머릿이름이 붙은 《저것이 서울이다》를 보았습니다. 《북괴의 파벌투쟁사, 북괴 17년 죄악의 발자취》(1962) 같은 책도 보았는데, 우리는 앞으로 언제쯤 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손을 잡으려나요. 앞으로도 마냥 미워해야 할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