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끈적끈적 2024.6.22.흙.
땀이 자꾸 돋고서 마르면 끈적해. 달콤한 열매를 먹다가 물이 묻어도 끈적해. 끈적할 적에 숲바람이 불면 모두 다독이고서 풀어내지. 안 끈적할 적에 바닷바람이나 장마바람이 불면 어느새 온통 끈적할 테고. 내키지 않지만 들러붙어서 안 떨어지는 결이 ‘끈적’이야. 한몸을 이루거나 한마음으로 빛나려는 뜻이 없는 채, 덩달아 얹어가려는 먼지나 티끌이기에 ‘끈적’이지. 달갑지 않다고 여기면서 끊으려 하지만, 어쩐지 너(나)한테 달라붙으니 ‘끈적’거린단다. “잇는 사이”인 ‘끈’이고 싶지 않아서 ‘끊’으려고 하는데 ‘끈끈’하게 붙으려고 덕지덕지 엉기는 ‘끈적’이라고 여길 만해. 땀·먼지·티끌은 바람과 비에 씻겨서 땅으로 돌아가면 새흙으로 거듭난단다. 그러니까 “안 거듭나”려는 마음으로 끈적끈적 들러붙는 셈이야. 땅으로 돌아가면서 “낡은 몸을 놓으”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못 해서, 자꾸 남한테 기대거나 붙는, 꿈이 없고 하루를 잊은 몸짓이 ‘끈적’이기도 해. 너(나)는 뭘 해야 할까? 끈적이는 쪽에 마음을 빼앗겨야 할까? 바람을 쐬고 물로 씻고 해를 쬐면서 스스로 그리는 하루로 나아갈 일 아닐까? 너(나)부터 스스로 ‘하루길’을 잊거나 딴청을 할 적에 으레 ‘엉뚱이’가 하나씩 다가와서 살그머니 붙는단다. ‘끈적이’는 여러 가지 옷을 입고서 네 눈을 홀리려고 하지. 처음에 끈적이를 안 떼면 네 몸이며 옷이며 살림을 더럽히고 어지럽히지. 넌 무엇을 해야겠니? 여름이건 겨울이건 날마다 3∼10벌씩 씻을 수 있어. 한 벌 싯어서 끈적이가 말끔히 사라질는지 모르지만, 그대로 군데군데 남기도 하단다. 끈적이는 해바람비를 무서워하고 두려워하지. 넌 해바람비를 품을 일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