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시장 삼대째 18 - 다금바리
하시모토 미츠오 지음 / 대명종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6.29.

골라먹지 않기


《어시장 삼대째 18 다금바리》

 나베시마 마사하루 글

 하시모토 미츠오 그림

 편집부 옮김

 조은세상

 2006.6.23.



  ‘고루먹기’하고 ‘골라먹기’는 얼핏 다른 듯싶지만 닮습니다. ‘고루’ 먹을 적에도 고루고루 ‘고르’면서 먹습니다. 골라서 먹을 적에도 우리한테 맞는 밥을 헤아리면서 ‘고루’ 먹습니다.


  ‘고루먹기’는 ‘모두먹기’가 아닙니다. 스스로 눈을 밝혀서 고른 결을 맞아들이는 길입니다. ‘골라먹기’는 ‘가려먹기’가 아니지요. 스스로 어떤 몸인지 차근차근 짚고서 스스로 살릴 길을 고르게 받아들이는 길입니다.


  《어시장 삼대째 18 다금바리》(나베시마 마사하루·하시모토 미츠오/편집부 옮김, 조은세상, 2006)를 펴면 ‘다금바리’라는 헤엄이를 놓고서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이야기로 첫머리를 엽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저 모르거나 아리송할 텐데, 아직 몰랐다고 하더라도 가만히 보고 다시 보고 거듭 보고 새로 보려고 한다면, 어느새 ‘고루’하고 ‘골라’가 얼마나 닮으면서 다른가를 알아차리지요.


  다른 길이라서 어느 쪽이 낫거나 나쁘지 않은 줄 안다면, 닮은 길이라서 어느 쪽이 나쁘거나 낫지 않은 줄도 알 테지요. 우리 삶터는 아직 ‘다름’을 못 받아들일 뿐 아니라, 안 쳐다보기까지 합니다. 제대로 보고, 다시 들여다보고, 새로 살펴보고, 거듭 쳐다보고, 천천히 바라볼 때라야 겨우 눈을 뜰 텐데, 처음부터 그저 눈을 감거나 등을 돌린다면, 하나도 모르기도 할 테고, 이웃하고 동무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짓을 함부로 하게 마련입니다.


  골라서 먹기에 나쁘지 않지만, 골라먹기를 하기 앞서 모든 맛을 다 보아야 할 테지요. 모두 맛보았기에 우리 몸에 맞거나 안 맞는 결을 알아차립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 안 맞는구나 싶어도 일부러 받아들일 때가 있어요. 스스로 거듭나려고 할 때에는 ‘여태까지 안 맞는다’고 여긴 결을 맞아들이지요. 스스로 깨어나려고 할 때에도 ‘이제까지 안 쳐다보고 안 받아들였다’고 여긴 곳으로 나아갑니다.


  누구나 삶터를 골라서 지냅니다. 서울에서도 살고 시골에서도 살아요. ‘서울’도 여럿이니, 이름 그대로 서울이 있고, 부산과 인천과 대구와 광주와 대전이 있어요. 또한 전주와 나주와 포항과 순천과 강릉과 춘천이 있지요. 우리는 누구나 ‘골라’서 살아갑니다. 다만, 어느 고장을 골라서 살아가더라도 ‘우리나라 어느 곳’이든 저마다 다르게 아름답게 삶을 지을 터전인 줄 알아차릴 노릇입니다.


  서울이 가장 낫지 않고, 가장 나쁘지 않습니다. 시골이 더 나쁘지 않고, 더 낫지 않습니다. 다 다른 삶에 맞추어 다 다른 삶터입니다. 이 얼거리를 느끼고 읽고 받아들일 뿐 아니라, 말할 수 있으면서 나누는 마음으로 자라야, 비로소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나 어른으로 섭니다.


  철들지 않기에 함부로 뽑거나 가리더군요. 철든 사람은 고루 살펴서 읽고, 골라서 헤아리며 읽지요. 철들지 않으려 하기에 몇몇 갈래에 얽매입니다. 철든 마음을 모르기에 자꾸자꾸 서울로만 쏠리면서 ‘이름·돈·힘’에 매달립니다.


  글은 그저 글일 노릇입니다. 이름난 이가 써야 빛나지 않습니다. 수수한 옆집 아저씨가 쓰기에 안 빛나지 않습니다. 그림은 그냥 그림입니다. 빼어난 이가 붓을 놀려야 아름답지 않습니다. 옆집 아이가 문득 쥔 붓으로 슥슥 담아도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밥살림으로 맞아들이는 ‘고깃살’이라면, 고깃살을 바라보고 마주하는 마음에 따라서 다 다릅니다. 고기밥이 아닌 풀밥을 누릴 적에도 매한가지예요. 풀밥이어야 훌륭하지 않고, 고기밥이라서 힘나지 않습니다. 어느 밥이건, 우리가 마음에 사랑을 심어서 기쁘게 나누고 즐겁게 펴려는 생각이 흐를 노릇입니다.


  골라먹거나 골라읽지는 않으나, 고르게 곱게 곰곰이 가다듬을 줄 아는 눈길에 손길에 매무새일 때에 사람답습니다. 가리거나 가르지 않을 줄 알 적에, 품고 풀면서 푸르게 피어나려는 마음으로 걸어갈 적에,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ㅅㄴㄹ


“지방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지만, 농성어도 다금바리! 이것도 다금바리라고 한다구요?” “그렇네. 여기서야 농성어와 다금바리로 명확히 구분하지만, 거기선 둘 다 그렇게 부른다더군. 이해하기 힘들걸세.” (39쪽)


“다금바리는 농성어만큼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말 아는 사람만 먹는 맛이 뛰어난 생선일세. 다금바리만 찾는 요리사와 생선집이 있을 정도로 평가 받는 생선이란 말이지. 나도 먹어 보고 나서야 이놈을 취급하기 시작한 거라네.” (42쪽)


“냉동 참치의 품질이 전부 다르기에 그에 맞춰 해동을 해야 하네.” (101쪽)


“모두 도루묵이 맛있는 생선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도쿄의 츠키지 어시장 사람들에게도 그저 그런 생선이라는 점을 요전에 다시 느꼈지요.” (151쪽)


“농약, 가정의 폐수, 연안의 공사, 해초의 감소 등.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너무 남획을 해서일세. 신의 선물이라고 좋아서, 산란하러 오는 놈들을 산란도 하기 전에 마구잡이로 잡았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 (163쪽)


“삼대째, 그래선 저 양반의 호의를 무시하는 겁니다.” “호의? 저 양반이 나에게?” “맞아요. 어르신이 우리에게 싸게 사가는 테크닉은 우리가 왕도매상에게 물건을 살 때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176쪽)


“동네 생선가게가 줄어들면 가정에서도 생선을 덜 먹게 될지도.” (188쪽)


+


#築地魚河岸三代目 #はしもとみつお #鍋島雅治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