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삶 - 헬렌과 스콧 니어링이 버몬트 숲속에서 산 스무 해의 기록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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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6.29.

까칠읽기 14


《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스콧 니어링

 류시화 옮김

 보리

 2000.4.15.



《조화로운 삶》(헬렌 니어링·스콧 니어링/류시화 옮김, 보리, 2000)은 “Living The Good Life”를 옮겼다고 한다. “즐겁게 살기”나 “잘 살기”라고 할 만하다. 이 책이 처음 한글판으로 나오던 무렵에 ‘보리출판사 영업부 막내’로 지냈고, 갓 찍어서 펴냄터에 처음 닿은 책을 밤새워 읽으면서 몇 가지를 느꼈다. 첫째, 처음 받은 옮김글을 그렇게 뜯어고쳤을 뿐 아니라, 엮은이가 영어를 맞대면서 바로잡은 옮김말씨라지만, 얄궂거나 아리송한 대목이 잔뜩 있다. 둘째, 2000년에 ‘수습(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달삯으로 62만 원을 받는 나로서는 뜬구름 잡거나 텅빈 소리 같았다. 셋째, 나는 두다리(보행자)나 두바퀴(자전거)로만 살아갈 마음인데, 글쓴이는 이미 쇳덩이(자동차)를 아주 즐길 뿐 아니라, 니어링 님은 쇳덩이를 버릴 마음이 터럭만큼도 없다. 넷째, 이 책으로는 뭔가 줄거리를 제대로 들려주지는 못 한다고 느껴서, 《The Maple Sugar Book》을 따로 사서 읽었는데, ‘어떻게 일했는가’를 다룬 책이 훨씬 낫더라. 《Living The Good Life》가 아니라 《The Maple Sugar Book》을 읽는 길이 우리나라에도 이바지하리라 느꼈다. 다섯째, ‘강연·여행’을 바탕으로 ‘하루 한나절(4시간) 일하기’는 너무 허울스럽더라.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어버이라면 ‘온하루(24시간) 일하기’이다. 아이를 안 낳고서 둘이서 ‘강연 수입’만으로도 넉넉하다면, 두 사람처럼 땅도 널찍하게 장만하고, 쇳덩이를 굴리면서 여기저기 누빌 테지. 그러나 ‘강연 수입’이 없으면서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돌볼 사람한테는 아주 머나먼 소리일 수밖에 없다.


《조화로운 삶》은 나쁜책일 수 없다. 날마다 알맞게 일하면서 둘이 즐겁게 어우러지는 길을 부드럽게 들려준다. 아이를 안 낳겠다면, 또 앞으로 이 푸른별에서 아이가 더는 안 태어나도 된다고 여긴다면,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여러모로 돌아볼 만하다고 느낀다.


짝을 맺어서 아이를 낳는 길을 가지 않더라도 이웃집 아이를 사랑하려는 삶이라면, ‘우리 집 아이’를 넘어서 ‘온누리 모든 아이’를 헤아리고 품고 돌아보면서 사랑하는 길을 새롭게 짓고 싶은 살림이라면, 《조화로운 삶》은 퍽 심심할 뿐 아니라, 살갗으로 안 와닿는 줄거리라고 느낄 만하다.


2000년에 처음 읽은 이 책을 2024년에 모처럼 되읽었다. 스물네 해 만에 되읽었어도 두 사람이 걸은 길은 우리나라하고 안 맞아도 한참 안 맞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 ‘가난하거나 수수한 사람’으로서도 넘볼 수 없는 ‘잘난(부자)’ 길이로구나. 잘난 길이 나쁠 일이란 없지만, 잘난 길이 ‘아름답다’거나 ‘어울림(조화)’이라고 덮어씌우려 한다면, 하나도 안 맞으리라 본다.


맨손과 맨몸으로, 쇳덩이(자동차) 없이, 땅을 장만할 밑돈이 없는 누구한테나, 이 삶을 어떻게 짓고 이 살림을 어떻게 일구고 이 사랑을 어떻게 펼 적에 스스로 빛나는 사람으로 설 만한가 하는 수수께끼를 풀려는 마음일 때라야, 비로소 ‘아름다움’에 ‘어울림’일 테지.


ㅅㄴㄹ


#LivingTheGoodLife #HelenNearing #ScottNearing


미국은 정해진 대로 파국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면 그만이었다

→ 미국은 그대로 무너지라고 내버려두면 그만이다

→ 미국은 그저 사라지라고 내버려두면 그만이다

5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 골칫거리를 풀려면

→ 근심을 씻으려면

5


도시를 떠날 때 세 가지 목표를 품고 있었다

→ 서울을 떠날 때 세 가지를 내다보았다

→ 큰고장을 떠날 때 세 가지를 뜻하였다

6


화학 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도 농사일을 만족스럽게 해냈다

→ 죽음거름을 안 쓰고도 논밭을 잘 지었다

→ 죽음재 없이도 땅을 건하게 일구었다

7쪽


우리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 우리는 삶을 다독이지 못했다

→ 우리는 삶을 바꾸지 못했다

→ 우리는 삶을 풀어내지 못했다

8


용기를 내서 우리처럼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면 좋겠다

→ 기운을 내서 우리처럼 새길을 나서기를 빈다

→ 우리처럼 씩씩하게 나아가기를 바란다

→ 우리처럼 꿋꿋이 해보기를 바란다

9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은 게 아닐까

→ 새롭게 나서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지 않았나

→ 새롭게 살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지 않나

13


시골 일은 내 허리를 휘게 만드는 또 다른 중노동이 되지 않을까

→ 시골일로 허리가 휘지 않을까

→ 시골일을 하다가 허리가 휘지 않을까

13


우리의 바람은 필요한 것들을 될 수 있는 대로 손수 생산하는 것이고

→ 우리는 될 수 있는 대로 손수 지어서 쓰기를 바랐고

→ 우리는 되도록 손수짓기를 바랐고

35


두 번째 질문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 둘째는 아마 이렇게 물어본다

→ 둘째로 이렇게들 묻는다

54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이웃 사람들 몇몇과 별 소득도 없는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 우리는 이 때문에 여러 이웃하고 덧없이 말다툼을 벌인 적이 있다

→ 우리는 이 일을 놓고서 여러 이웃하고 애먼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55


흐르는 물을 발견하고 나자 넘치는 물을 지하실 하수구로 내보내는 문제에 부딪쳤다

→ 흐르는 물을 찾고 나서는, 넘치는 물을 수챗구멍으로 내보내야 했다

76


돌에 이런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또 있다

→ 이렇게 돌을 아끼는 사람이 또 있다

→ 이렇게 돌을 살피는 사람이 또 있다

84


숲 속 농장을 방문하는 사람이 나날이 늘어 더 많은 양식이 필요해지자

→ 숲밭을 찾는 사람이 나날이 늘어 먹을거리도 늘려야 하기에

→ 숲밭을 찾아오는 사람이 나날이 늘어 밥살림이 모자라자

98


땅이 웬만큼 기울어져 있으면 우리는 계단식 밭을 만들었다

→ 좀 기운 땅이면 디딤밭을 일구었다

→ 퍽 기운 땅이면 다락밭을 지었다

99


화학 물질을 써서 밀가루를 표백했으며

→ 죽음재를 써서 밀가루가 하얗고

128


우리가 제분에 대해 꽤 자세하게 설명한 데는 까닭이 있다

→ 가루내기를 꽤 낱낱이 들려주는 까닭이 있다

→ 빻음질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는 까닭이 있다

128


수입이 적은 집의 생활비에서 먹을 거리 다음을 차지하는 것이 주거비인데

→ 벌이가 적은 살림돈에서 먹을거리 다음으로 집값이 차지하는데

157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풀 수 있다고 믿기에 이르렀다

→ 이야기를 하며 풀 수 있다고 여겼다

→ 이야기로 풀 수 있다고 보았다

162


서로 돕는 전통을 세우려는 우리 노력이 성공했다면, 주민들이 함께 일하는 것이 마을에 중요한 구실을 했을 것이다

→ 서로돕기가 자리를 잡으면 마을이웃은 두레를 짠다

→ 서로돕는 살림이 자리잡으면 마을사람은 품앗이를 한다

→ 서로도울 줄 알면 마을에서는 울력을 한다

178


우리가 시골을 선택했듯이, 우리는 지금도 도시보다 시골에서 사는 것이 사람 하나하나에게나 집단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한다

→ 우리가 시골로 갔듯이, 우리는 오늘도 서울보다 시골에서 살아야, 한 사람이며 모두한테 더 낫다고 생각한다

→ 우리가 시골에서 살듯이, 큰고장보다 시골에서 살아야, 한 사람한테나 모두한테나 더 낫다고 생각한다

20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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