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6.24. 꺾인 나래
작게 자근자근 살리고 싶기에 잔소리를 한다. 잔소리란 잔말이기도 하지만 ‘잔꽃’과 ‘잔노래’이기도 하다. 잔소리를 들려주고 듣다가 문득 쉬려고 자리에 누우면 잠들 텐데, 꿈누리를 누비면서 고즈넉이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달랜다. 숱한 잔소리를 어떻게 재워서 새롭게 일깨울 적에 즐겁고 아름다울는지 생각한다.
가꾸고 일구기를 바라는 뜻으로 살짝 뾰족하게 찌르듯이 꾸중을 하고 꾸지람을 한다. 꾸중이나 꾸지람은 꾸준히 듣는 뾰족말이다. 자꾸자꾸 되풀이하는 잘못을 제발 제대로 느끼라는 뜻으로 좀 뾰족하게 찌르는 말인 꾸중과 꾸지람이다. 이 꾸중을 들으면서 일깨우고 일구라는 뜻이다. 이 꾸지람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면서 가꾸고 갈고닦아 새롭게 서라는 뜻이다.
잔소리나 꾸중이란, 다른 낱말로 나타내자면 ‘비평’과 ‘평론’이다. 오늘날 우리는 서로서로 얼마나 잔소리나 꾸중을 주고받는가? 잘못했기에 타박할 수 있고, 잘못한 나랑 너를 서로 탓할 수 있다. 타박이나 탓이나 타령은 하나도 안 나쁘다. 재거름처럼 재울 수 있는 소리이다. 밑거름처럼 살릴 수 있는 말씨이다.
잔소리나 꾸중을 안 하는 이들은 으레 나래를 꺾는다. 날개를 분지르더라. 나도 너도 서로 어떤 허물을 뒤집어쓰고 살아가는지 느껴야 허물벗이를 한다. 너도 나도 서로 어떻게 꿈을 그려야 하는지 생각해야 고치를 틀어서 긴긴 잠을 누비다가 날개돋이를 한다.
잔소리를 해야 작게 알아보고 눈을 틔워서 날아오른다. 꾸중을 해야 꾸준히 곱씹고 되새기면서 꿈을 키우는 얼을 차린다. 잔소리와 꾸중이 사라지는 이 나라는 캄캄하다. 잔소리와 꾸중을 사랑으로 주고받을 줄 아는 마음이라면, 이제부터 ‘이야기’로 거듭나서 서로 도란도란 말꽃을 피우고 살림노래를 펼 수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