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바다빗질 (2024.3.29.)
― 서울 〈씨도씨〉
14:40 시외버스로 고흥으로 돌아가기 앞서 어느 마을책집을 들를까 하고 어림하다가 ‘바다빗질’ 보임꽃(전시회)을 펴는 〈갤러리 사진적〉과 〈문화온도 씨도씨〉가 나란히 있는 서울 광진으로 갑니다. ‘바다빗질’은 2020∼21년 무렵에 여러모로 헤아리면서 지은 낱말입니다. 영어 ‘비치코밍’이나 한자말 ‘해변청소(해변정화)’보다는,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할 만한 우리말이 있어야겠다고 여겼어요.
우리말은 여러모로 즐겁고 재미나면서 새롭게 쓸 수 있습니다. 바다를 빗으로 살살 쓸기에 ‘바다빗질’이요, ‘바다쓸기’입니다. 바다에 밀려드는 쓰레기를 치울 적에는 ‘바다치움’입니다. ‘바닷가빗질·바닷가쓸기·바닷가치움’처럼 쓸 수 있고, ‘바다빛질’처럼 살짝 달리 써도 어울립니다. 바다를 빗질을 하면 어느새 반짝반짝 빛날 테니, “빛이 나도록 손길을 보낸다”는 뜻으로 ‘바다빛질·바다빛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울어린이쉼터가 곁에 있는 ‘능동’ 안골목에 〈갤러리 사진적 + 식당 사사로운〉이 함께 있고, 디딤돌을 따라 윗칸으로 가면 〈문화온도 씨도씨〉가 있습니다. 서울이기에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일구는구나 싶습니다. 고흥처럼 작은 시골에서도 이렇게 여러 살림터가 오순도순 이웃하는 터전이 자라난다면 아름답겠지요.
시골이 시골인 까닭은, 싱그럽게 흐르는 냇물이 있는 곁으로, 멧골이 숲을 품으면서 아늑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이 서울인 뜻은, 서로 손을 맞잡거나 어깨동무하면서, 너른 벌판에 새길을 벌이면서 즐겁기 때문입니다.
더 많이 모이거나 모으는 자리는 이제 걷어낼 때라고 느낍니다. 더 작게 조용히 모이고 만나는 자리로 바꿀 때라고 느낍니다. 이를테면, 뽑기(선거)를 앞두고서 목소리를 내려는 이들은 ‘쉰 사람 넘게 모이는 자리’를 열지 않도록 틀을 잡을 노릇입니다. ‘구름떼(대중 동원)’는 사라져야 합니다. 우두머리 혼자 떠드는 구름떼가 아니라, ‘사람들 목소리를 하나하나 듣고 나누는’ 자리로 바꿔야지요.
지킴이(경호원)는 한 사람만 두면 됩니다. 일할 사람이 일터에서 비질과 걸레질도 하고, 밥도 차리고 설거지도 하고, 몸소 걸어다니며 마을이웃을 마주하는 나라로 바꾸어야, 어느 쪽(정당)이 일꾼으로 서도 제자리를 잡으리라 봅니다.
〈씨도씨〉 지기님이 읽고 나누는 그림책을 돌아보다가, 〈씨도씨〉 지기님이 여민 그림책을 살피다가, 시외버스를 타야 할 때에 맞추어 일어납니다. 쓰거나 그리거나 짓거나 엮거나 나누는 사람은 언제나 온힘을 다합니다. 다 꺼내어 빈털터리가 되도록 땀흘립니다. 모두 쏟아내면 새롭게 채울 이야기가 신나게 샘솟습니다.
ㅅㄴㄹ
《할머니 체조대회》(이제경, 문화온도 씨도씨, 2023.8.12.첫/2023.12.22.2벌)
《장거리전화》(셰리 도밍고/추영롱 옮김, 문화온도 씨도씨, 2023.11.22.)
#Ferngesprach #ShereeDomingo
《함마드와 올리브 할아버지》(한지혜·정이채, 문화온도 씨도씨, 2022.12.2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