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5.31. 열 시간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새벽 다섯 시부터 낮 세 시 반까지 쉬잖고 땀을 뺐습니다. 열 시간 남짓 애써서 보임판(전시장)을 꾸렸습니다. 다가오는 6월 1일부터 부산 거제1동 마을책집 〈책과 아이들〉 ‘5층 평심’에서 “모르는책 들춰읽기”라는 이름으로 “‘글(기록)’이란 무엇인가?”를 들려주는 자리를 열어요. 1982년부터 제 손길을 탄 ‘글(기록물)’을 주섬주섬 펼쳐 보입니다. “국어사전이라는 책이 어떤 밑거름(기초자료)을 곁에 두면서 태어나는가?”를 넌지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말을 담은 꾸러미인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오히려 너무 모릅니다. 낱말책은 “낱말을 담은 책”일 뿐인데, 이 대목을 못 느끼거나 못 보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좋은말이나 나쁜말을 가리지 않아야 할 꾸러미가 사전·국어사전입니다. 그저 ‘말’일 뿐이요, ‘말을 다루는 마음’이 사납거나 나쁘면 나쁜말로 바뀌어요. ‘말을 다루는 마음’이 상냥하거나 좋으면 좋은말로 바뀌겠지요. 그런데 ‘나쁜말·좋은말’이란 ‘좁은말’입니다. 스스로 굴레에 갇히면서 좁아터지려는 말이 ‘나쁜말·좋은말’이에요.
모름지기 낱말책은 그저 ‘말’을 담을 노릇이요, ‘마음을 소리로 옮긴 말’을 ‘다시 글로 그려서 옮길’ 적에 어떻게 여미고 풀어낼 만한가 하는 수수께끼를 갈무리합니다. 1985∼1987년에 건사한 ‘식물채집장’을 놓습니다. 1999∼2000년에 ‘보리출판사 수습직원(비정규직)’으로 일하며 받은 ‘급여명세서’를 놓습니다. 싸움터(군대)에 끌려가서 얻은 종이, 이를테면 ‘훈련소 면회안내문’이나 ‘예비군소집통보서’나 ‘군사우편’을 놓습니다. 2000년 어느 날 서울 종로구 평동 적산가옥에 ‘보증금 1000 월세 10’을 치르는 줄거리를 담은 계약서를 놓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봐야지 싶습니다. 무엇이 발자국일까요? 무엇이 글일까요? 무엇이 말이고 삶이고 살림이며 사랑일까요? ‘아는책’만 찾아서 읽으려고 하면 갇힙니다. ‘모르는책’을 기꺼이 배우려는 마음으로 책숲마실을 할 적에 눈을 뜨고 마음을 틔워서 생각을 엽니다.
5월 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서 보임판을 꾸렸고, 부산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곯아떨어졌고, 고흥 시골집에 닿아 한참 씻으면서 땀을 풀어냈습니다.
한밤에 별이 쏟아집니다. 올해 들어 별이 가장 많이 보입니다. 맨눈으로 미리내를 그리면서 ‘반짝이며 춤추고 움직이는 별’을 곳곳에서 봅니다. 반딧불이인가 싶어 갸우뚱하다가 아닌 줄 깨닫습니다. 두 아이 곁에서도 빙그르르 홱홱 돌면서 춤추는 빛알갱이는 마당에 선 후박나무가 바람을 타며 일으키는 물결소리 사이로 오르내리면서 노래합니다. ‘숲님’이 한꺼번에 놀러온 밤이로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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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