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덫 2024.5.8.물.



‘길든 사람’한테 왜 길들었느냐 따진들 부질없어. ‘물든 사람’한테 왜 물들었느냐 나무란들 덧없어. ‘잘못하는 사람’한테 왜 잘못하느냐 다그친들 쓸데없어.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할까? ‘길든 사람’한테는 ‘길’을 알려주면 돼. ‘물든 사람’한테는 ‘빛’을 얘기하면 돼. ‘잘못하는 사람’한테는 ‘일’을 맡기면 돼. 길을 모르기에 길든 채 쳇바퀴야. 물든 줄 모르거나 잊었으니, 어떻게 빛나야 하는가 못 찾아. 일을 하거나 짓는 마음을 안 세웠으니 늘 뒤죽박죽이면서 오락가락하지. 누구나 언제나 움직이는 삶이야. 움직이니까 어디로든 가면서 닿는데, 길을 안 그리고서 집밖으로 나서니까 아무 데나 닿겠지. 길을 안 그릴 적에는 집에서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누가 빠지기를 바라며 덫을 놓는다고 하는데, 누가 덫에 빠지겠니? 길을 그리는 사람은 “덫이 있는 줄 몰라”도 안 빠져. 길을 안 그리는 사람은 “덫이 있는 줄 알아”도 빠져. 빛을 품으면서 밝히는 사람은 “덫이 있는 줄 몰라”도 덫을 녹여서 없애지. 빛을 잊다가 잃고서 물든 사람은 “덫이 있는 줄 알아”서, 덫을 더 늘려서 남들도 빠지기를 바라지. 일을 하거나 짓는 사람은 “덫이 있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아. 일을 안 하면서 잘못을 일삼는 사람은 “덫을 탓하면서 사로잡힌 채 고여서 썩어가”지. ‘길·빛·일’을 찾아나서면서 하루를 돌보기에 사람이야. “길들고 물들고 잘못하는” 고리에 스스로 묶여서 꼼짝을 안 하니 죽음이야. 목숨만 붙을 적에는 삶하고 멀어. 길을 찾고 빛을 틔우고 일을 지어야 삶이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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