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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라이온 15
우미노 치카 지음, 서현아 옮김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20년 6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5.19.
이제는 말하고 싶어서
《3월의 라이온 15》
우미노 치카
서현아 옮김
시리얼
2020.6.25.
누구나 보금자리를 일구어 호젓이 살았습니다. 보금자리는 사랑으로 짓게 마련이고, 이 사랑빛이 감돌아 둘레를 환하게 비추면, 둘레 뭇숨결도 사랑물결을 나란히 받으면서 즐겁습니다.
언제나 살림을 새롭게 짓기에 집입니다. 지붕만 씌워서 비바람을 가린대서 집이라 하지 않습니다. 손수짓기에 새로짓기에 살림짓기가 어우러지면서 함께짓기를 누리고 나누어 물려주는 터전이라서 집입니다.
한 가지만 잘 하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한 가지조차 못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잘 하려고 태어나지 않”거든요. 잘 하거나 못 하는 삶이 아닌, “사랑으로 하려는 삶”입니다.
《3월의 라이온 15》(우미노 치카/서현아 옮김, 시리얼, 2020)을 돌아봅니다. 열다섯걸음에 이르기까지 이리 치이고 저리 부딪히는 마음과 하루였다면, 열다섯 자락에 이르자 비로소 말길을 트려는 몸짓이 처음으로 불거집니다. 앞선 열넉걸음이 부질없지는 않아요. 그저 너무 돌고돌았습니다. 좀 돌고돌다가 이곳에 이를 수 있되, 잔가지라 여길 샛길로 자꾸 빠졌구나 싶더군요.
모든 큰틀은 늘 매한가지예요. 사랑으로 하느냐, 사랑이 없이 하느냐, 이 둘로 가릅니다. 사랑으로 하는 사람은 어느 일을 마주하더라도 안 어렵습니다. 낯선 일에 맞닥뜨릴 적마다 반짝반짝 눈을 밝혀서 새롭게 한 발짝을 내딛습니다. 남이 보기에는 버겁거나 지칠 만한 일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보기에는 즐겁게 살림을 지으면서 보금자리를 이루는 나날이게 마련입니다.
누가 더 짊어지지 않습니다. 누가 더 무겁지 않습니다. 다 다르게 짊어지면서 배우는 삶입니다. 다 다르게 짓고 지면서 집을 이루는 하루입니다. 이 대목을 문득 알아본다면, 모든 사람이 이웃이요 동무입니다. 이 대목을 끝까지 등돌리려 한다면, 눈앞에 있는 누구나 미우면서 싸워서 이기거나 무너뜨려야 할 놈입니다.
《3월의 라이온》은 얼핏 외톨이라고 스스로 여기는 아이가 한켠에 있습니다. 복닥거리는 집안을 이루는 아이들이 한켠에 있습니다. 여러 갈래에 갈마드는 사람들이 한켠에 있습니다. 치고받는 싸움판 같은 곳에서 온힘을 쥐어짜는 사람들이 한켠에 있습니다.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르게 하루를 살면서 눈을 떠 보려고 합니다. 이쪽이 나으려나 재고, 저쪽이 좋으려나 어림합니다. 이러다가 이쪽도 저쪽도 아닌 “그래, 내가 갈 길은 언제나 사랑 한 가지야!” 하고 깨닫고는 기운을 스스로 내어 일어납니다.
이제는 말하고 싶은 마음인 아이는, 이제는 제대로 보려고 눈을 뜨는 하루입니다. 이제는 제대로 보려고 하기에, 이제부터 제대로 말할 마음이 샘솟습니다. 이제는 두런두런 말꽃을 피우고, 이제부터 온마음을 다하여 즐겁게 사랑으로 이루는 보금자리를 그립니다.
누구처럼 해야 하지 않아요. 누구 못지않게 해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누구를 닮아야 할 일도, 누구랑 다르게 해야 할 일도 없습니다. 그저 내가 나로서 나부터 고스란히 마주하면서 넋을 바라보려는 숨결을 읽으면 넉넉합니다. 첫걸음을 떼고서 다시 뒷걸음을 쳐도 됩니다. 이제는 첫걸음을 떼었거든요.
ㅅㄴㄹ
#3月のライオン #羽海野チカ
“하, 한 번도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었고.” (24쪽)
“그렇구나! 마음으로는 언제나 수도 없이 해왔기 때문에, 이미 다 전한 기분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말로 한 적은 없었어!” (25쪽)
‘이 시간을 이 공기와 함께 이대로 전부! 셀로판지에 감싸서 간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밤이었다.’ (28쪽)
‘그 후로 나는 책을 읽었습니다. 신인들의 수기며 자서전을요. 괴로울 때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선배들의 말이 심금을 울립니다. 어느 선생님도 멋지게 마음의 키를 잡아 파도를 넘어갑니다. 넘어가지 못한 사람의 수기는 책으로 나오지 않으니까요.’ (47쪽)
‘조용하구나. 그래, 이 안에 답은 이미 없는 거구나? 그렇다면.’ (75쪽)
‘대국에 너무 집중한 후에는, 여기 있는데도 없는 듯한 기분이 들고, 디딘 지면이 느껴지지 않게 된다. 경계가 없어져서, 이대로 내 몸마저 사라지는 것 같다.’ (91쪽)
‘그리고 다시금 나는 깨닫는다. ‘자기’ 생각에만 빠져서 스스로 버거워 허덕이는 ‘자기’를, 자기의 작은 짐을 ‘너무너무 무겁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나는 이렇게 애쓰고 있다’는 주문을 부적처럼 되풀이하고, 그러다가 ‘자기 외의 무게’마저 짊어지고 애쓰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내 짐은 100% 내 거였잖아!’, 게다가 ‘큰 줄 알았는데 작았어’ 하고 깨달아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그런 사람을 상대로 이렇게 형편없는 장기를 두다니. 실례도 정도가 있지.’ (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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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그야말로 복기하고 복기하고 또 복기했다
→ 이를 그야말로 되새기고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
→ 이를 그야말로 되짚고
→ 이를 그야말로 돌아보고
56쪽
하지만 최단거리는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길이기에 복잡하고 밀리는 데다 그 길에는 누구나 갖고 있는 것밖에 없다
→ 그러나 지름길은 누구나 가고 싶어하기에 어지럽고 밀리는 데다 지름길에는 누구나 있는 살림밖에 없다
→ 그러나 빠른길은 누구나 가고 싶어하기에 북적대고 밀리는 데다 빠른길에는 누구나 똑같은 살림만 있다
69쪽
대국에 너무 집중한 후에는, 여기 있는데도 없는 듯한 기분이 들고, 디딘 지면이 느껴지지 않게 된다
→ 맞두기에 힘을 쏟으면, 여기 있는데도 없는 듯하고, 디딘 땅을 못 느낀다
→ 맞자리에 힘을 빼면, 여기 있는데도 없는 듯하고, 디딘 땅바닥를 못 느낀다
9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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