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무지 2023.8.10.



안다면 알뜰히 말하고

알맞게 이어가겠지

모르면 멍하니 읊다가

머뭇머뭇 망설이지


알기에 알차게 가꾸고

아름다이 헤아린다

몰라서 밀치고 몰다가

모조리 무너뜨리지


아는 사람이라면

무엇을 모르는 줄 알고

새롭게 알아가는 길에

반가이 배우며 웃어


모르는 굴레라면

뭘 모르는지 모르기에

그대로 굴레에 갇혀서

하나도 안 배우더라


ㅅㄴㄹ


알지 못 할 적에 ‘모르다’라 하고, 이를 한자말로는 ‘무지(無知)’로 나타냅니다. 모르기에 잘못이라거나 나쁘지 않아요. “모르는 줄 알” 때에는 스스로 배우려고 합니다. “모르는 줄 모를” 때에는 스스로 닫아걸면서 짜증을 내고 부아를 일으키면서 싸우거나 다투기 일쑤입니다. “모르는 줄 모를” 때에 함부로 달려들거나 몰아붙이거나 밀어대기 때문에 ‘어리석다’고 여겨요. ‘알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난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 하고 말하면서 “난 내가 모르는 길을 배울게.” 하고 덧붙입니다. 모르는 줄 알기에 “모르는 일”을 함부로 안 해요. 모르기에 늘 고개를 숙이면서 묻습니다. 모르니까 어른이어도 어린이한테 얌전하게 묻고서 배우려고 합니다. “모르는 줄 모를” 적에는 나이를 앞세워서 누른다거나, 이 핑계 저 핑계로 빠져나가려고 하더군요. 아무리 달아난들 끝나지 않으니, “모르는 길을 배워서 알려고 하지 않을” 적에는 늘 쳇바퀴를 돌아요. 쳇바퀴질로 허둥지둥하기에 그만 스스로 지쳐서 무너져요. 하나씩 배우는 길은 얼핏 더뎌 보이지만, 차근차근 스스로 세우면서 든든하고 새롭게 일어서는 살림빛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