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나무 작업실
소윤경 지음 / 사계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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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4.25.

읽었습니다 320



  아이가 나룻배를 그리려 한다면, 나룻배를 살펴볼 노릇입니다. 그러나 나룻배를 몸소 젓지 않고서는 나룻배를 알 길이 없고, 손수 나무를 켜고 다루고 만져서 뭇지 않았으면, 나룻배를 제대로 그리지 못 합니다. 글이든 그림으로든 누구나 스스로 살아내고 살림하며 사랑할 적에 담아낼 수 있습니다. 눈으로 얼핏 보면 허술하고, 몸으로 살아내지 않을 적에는 겉멋이고, 사랑으로 풀거나 녹이지 않으면 자꾸 꾸밉니다. 《호두나무 작업실》을 읽는 동안 갸우뚱했습니다. 왜 자꾸 글을 꾸미거나 ‘만들’려고 할까요? 가만히 보니, 글님은 시골에서조차 ‘서울처럼 살기’를 하더군요. 왜 헤엄터(수영장)에 가서 헤엄을 쳐야 할까요? 시골이라면 냇물이나 바닷물에서 헤엄을 칠 일입니다. 풀꽃을 그리려면 ‘식물도감’이 아닌 ‘풀꽃’을 들이며 숲이며 논둑에서 여러 해에 걸쳐 지켜보면서 그릴 노릇이에요. 남한테 내보이려고 하면 꾸밀 수밖에 없어요. 스스로 사랑할 적에라야 글이며 그림입니다.


ㅅㄴㄹ


《호두나무 작업실》(소윤경, 사계절, 2020.3.10.)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자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

→ 막상 글을 쓰자 두렵기부터 하다

→ 막상 글을 쓰려 하자 두렵다

5쪽


그림과 글들은 나의 몸과 시간을 먹고 자라난다

→ 그림과 글은 내 몸과 하루를 먹고 자라난다

6쪽


글들은 텃밭의 채소들처럼 무수히 열렸다

→ 글은 텃밭 남새처럼 숱하게 열린다

→ 글은 텃밭에서처럼 끝없이 열린다

6쪽


내가 통과하고 있는 오후의 시간

→ 내가 지나가는 낮

→ 내가 누리는 낮나절

7쪽


빛의 각도와 정원에 새로이 편 꽃들, 새들의 지저귐들

→ 빛길과 뜰에 새로이 핀 꽃, 지저귀는 새

→ 빛녘과 뜨락에 새로이 핀 꽃, 지저귀는 새

7쪽


집에 지나치게 돈을 쓰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깨닫는다

→ 집에 지나치게 돈을 쓰면 어리석은 짓인 줄 깨닫는다

→ 집에 지나치게 돈을 쓰면 어리석다고 깨닫는다

18쪽


영법을 바꿔가며 레일을 왕복하다가

→ 헤엄길을 바꿔가며 줄을 오가다가

24쪽


레일 맞은편에서 건장한 남자가 접영으로 오고 있다. 반대 방향에서 개구리처럼 평영으로 가던 내 팔다리를 마구 치고

→ 줄 맞은쪽에서 듬직한 사내가 나비헤엄으로 온다. 건너쪽에서 개구리헤엄으로 가던 내 팔다리를 마구 치고

24쪽


내 눈에서 이글거리는 분노 레이저가 그의 머리를 조준한다. 발사!

→ 내 눈은 이글거리며 그이 머리를 겨냥한다. 쏴!

→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 사람 머리를 겨누고 쏜다!

2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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