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알았겠어?
푸름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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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4.23.

그림책시렁 1387


《누가 알았겠어》

 푸름

 키위북스

 2023.3.3.



  늑대는 나무를 타지 않거나 못 탑니다. 여우는 나무를 탈 수 있습니다. 이 땅에서 늑대도 여우도 자취를 감추었으니, 두 숲짐승 살림길을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늑대도 여우도 새끼나 동무를 더없이 아끼고, 숲을 지키는 듬직한 지기입니다. 둘뿐 아니라 곰도 범도 사람을 굳이 안 건드리고, 사냥도 아무 때나 안 합니다. 더욱이 ‘사냥짐승’이라 하더라도 풀열매나 멧딸기를 무척 즐겨요. 그런데 이런 숲빛을 찬찬히 읽는 사람은 드뭅니다. 《누가 알았겠어》를 가만히 읽습니다. 털빛이 붉다면 ‘여우’일 텐데, 이 그림책에서는 ‘늑대’로 나옵니다. 짐승을 빗대기는 했으되, 곰곰이 보면 사람살이 이야기입니다. 아니, ‘서울사람’ 이야기입니다. 사람물결이어도 이웃이나 동무를 반기지 못 하는 바쁘고 메마른 곳에서 “누가 나를 ‘반기’는가?” 하고 묻는 줄거리입니다. 우리 삶을 숲짐승한테 빗댈 수 있지만, ‘숲’을 숲으로 그리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굳이 짐승 모습에 빗대지 않아도 되리라 느낍니다. 어린이부터 읽을 그림책인데 ‘반갑다·반기다’라는 우리말이 아닌, 일본스런 한자말 ‘환대’를 써야 할 까닭도 없습니다. “상냥해 보이는 탈”을 쓰면서 날마다 고달픈 서울살이란 그야말로 고달프게 마련인데, “탈을 벗은 맨몸으로 마주하는 오늘”을 바라보자면, 그냥 ‘사람’을 그리면 됩니다.


ㅅㄴㄹ


《누가 알았겠어》(푸름, 키위북스, 2023)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나 혼자 초원을 떠돌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 이 넓고넓은 곳에 나 혼자 들판을 떠돌 줄 누가 알았겠어?

→ 이렇게 넓고넓은데 나 혼자 들을 떠돌 줄 누가 알았겠어?

2쪽


나무 그늘 아래서 쉴 때를 노려야겠어

→ 나무 그늘에서 쉴 때를 노려야겠어

→ 나무 밑에서 쉴 때를 노려야겠어

10쪽


달아나지 않는 걸 보니 속은 것 같아

→ 달아나지 않으니 속은 듯해

→ 안 달아나니 속았나 봐

17쪽


나를 진심으로 환대하는 거야?

→ 나를 참으로 반기니?

→ 내가 참말로 반갑니?

21쪽


혼자가 아닌 건 더 행복해

→ 혼자가 아니면 더 기뻐

→ 혼자가 아니라 더 신나

23쪽


이런 환대를 받게 될 거라곤 정말 생각하지 못했는데

→ 이렇게 받아들이리라곤 아주 생각하지 못했는데

→ 이렇게 반기리라곤 아예 생각하지 못했는데

2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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