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4.20. 바보 이오덕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언제나 처음은 씨앗 한 톨입니다. 두 톨도 석 톨도 닷 톨도 열 톨도 온 톨도 즈믄 톨도 아닌 한 톨입니다. 모든 숲은 씨앗 한 톨부터 첫밗을 엽니다. 사람도 늘 첫걸음을 씨앗 한 톨로 뗍니다. ‘나’는 ‘낳은’ 숨빛입니다. 나로 낳은 ‘나’를 바라보고 품을 줄 알 적에 ‘날’ 수 있고, 훨훨 날면서 ‘놀’다가 문득 ‘너’를 만나는 길에 ‘너머’로 갑니다. 그런데 나를 잊을 적에는 ‘너무’ 한켠으로 기울면서 ‘넘치’게 마련이요, 언제 어디에서나 나를 찾고 보고 그리고 돌아볼 적에는 ‘너울거’립니다.


  숲노래 씨한테 부산이란 곳은 2000년 어느 날부터 이웃으로 스몄습니다. 1994년 3월에 들어간 뒤에 싸움터(군대)를 거치고서 1998년 12월에 그만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만난 동무 가운데 여태까지 이따금 말을 섞는 꼭 한 사람이 있는데, 부산내기입니다. 이 부산내기를 보려고 2000년에 처음 부산마실을 하면서 보수동책골목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어요. 이토록 아름책터를 품은 고장이 부산이라면, 부산사람은 서울바라기를 할 까닭이 없이 스스로 스스럼없이 스승길을 걸을 만하리라 여겼습니다.


  지난 2023년 가을부터 부산 동광동 〈곳간〉에서 ‘살림씨앗’ 배움모임을 함께 꾸리는데, 올 2024년 4월부터 부산 연산동 〈카프카의 밤〉에서 ‘이응모임’이란 이름으로 “이오덕 읽기 모임”을 함께 꾸립니다. 아마 2024년 5월부터 부산 거제동 〈책과아이들〉에서 ‘바보눈’이란 이름으로 또다른 “이오덕 읽기 모임”을 함께 꾸리려고 합니다.


  인천에서 나고자란 뒤에 서울에서 열린배움터를 다니다가 그만두고는, 보리출판사 영업부 일꾼으로 책마을에 발을 들이다가, 《보리 국어사전》 엮음빛(편집장)을 맡더니, 어느새 ‘이오덕 글갈무리(유고 정리)’를 하다가, 2011년부터 전남 고흥 깃새로 옮겨서 살아가는데, 인천서도 서울서도 전라남도에서도 아직 한 적이 없는 “이오덕 읽기 모임”을 부산에서는 두 갈래로 새롭게 꾸린다니, 스스로 보기에도 놀랍고 대견하며 대단하고 대수롭구나 싶어요. 이른바 ‘대박’입니다.


  여러 ‘대-’ 낱말을 슬쩍 읊어 보는데, ‘대’는 ‘대나무’에서 비롯한 ‘대’입니다. 뼈대요 꽃대이고, 장대에 바지랑대입니다. 속대에 ‘대다·기대다·대님’이고, ‘대차다·당차다’이면서, ‘대롱·빨대’예요. 그냥 우리말입니다. 그저 우리말이지요.


  이오덕 어른을 읽는 길은 어렵지도 쉽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그저 스스로 우리 삶으로 읽고서 우리 살림으로 풀고서 우리 사랑으로 익혀서 우리 노래로 품는 숲빛을 헤아리면서 뚜벅뚜벅 걸어가면 즐겁습니다. 받들거나 우러르거나 모시거나 섬기거나 올리거나 기려야 하지 않습니다. ‘어른’이란, ‘아이’ 곁에서 상냥하게 웃고 부드럽게 말하면서 기쁘게 북돋아서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어깨동무인 사람입니다. “이오덕 어른”이라 할 적에는 대단하거나 놀라워서 우리 손이 안 닿는 곳에 있는 분일 수 없습니다. “이오덕 어른”이라 할 적에는 우리가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어떻게 웃고 춤추고 노래하다가 놀고 쉬고 일하고 살림하는 마음인지 가만히 돌아보는 조그마한 씨앗이라는 뜻입니다.


  앞으로 부산 아닌 여러 고장에서도 “이오덕 읽기 모임”을 다르게 펴고 나눌 수 있습니다. 뜻하는 곳과 이웃이 있으면 스스럼없이 찾아갈 테니까요. 재미있게도(?) 광주·전남에서는 여태 어느 곳에서도 어느 분한테서도 “이오덕 읽기 모임”을 하자는 말을 들은 바 없습니다. 서울에서도 이런 말을 아직 못 들었습니다. 굳이 이오덕을 얘기하는 자리를 열어야 하지는 않고, 꼭꼭 이오덕을 살피는 마당을 펴야 하지는 않아요. 그저 이오덕이라는 씨앗 한 톨이 이 땅에서 우리 곁에서 어떻게 노래빛으로 피어났는지 되새기면서, 우리 마음씨에 우리 말씨를 얹고 우리 글씨를 놓고서 우리 목소리를 밝히면 넉넉하고 아름다울 뿐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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