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4.17.
사진책시렁 121
《평양의 시간, 사진으로 보는 북한의 도시》
학예실 엮음
서울시립대박물관
2020.11.
남녘사람은 북녘사람을 만나러 건너갈 수 없다시피 합니다. 북녘사람도 매한가지이나, 북녘에서는 그곳을 벗어나서 남녘에 깃들 수 있습니다. 달아나거나 냇물(압록강·두만강)을 건너는 북녘사람이 수두룩하지만, 그저 북녘에 머무르거나 주저앉거나 자리잡는 북녘사람도 아주 많습니다. 날개를 못 펴도 떠날 엄두를 못 내기도 하지만, 나라가 시키는 대로 따르면서 떡고물을 얻는 무리가 많아요. 그렇다면 남녘은 얼마나 날갯짓인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남녘도 나라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면 떡고물이 넉넉합니다. 나라하고 엇갈리는 길이어도 고을·고장·마을에서 눈먼돈을 돌라먹는 울타리에 고분고분한 사람이 참으로 많아요. 《평양의 시간, 사진으로 보는 북한의 도시》를 곰곰이 봅니다. 서울시립대박물관에서 건사한 북녘 빛꽃이라는데,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남겼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북녘에서 누가 어떤 모습을 찍을 적에는 늘 지킴이(경찰)가 옆에 있는다지요. 북녘을 자랑할 만한 모습이 아니라면 못 찍습니다. 우리는 북녘마을을 가 보지도 못 하는데, 구경조차 못 합니다. 수수한 살림집뿐 아니라, 으리으리한 힘꾼·돈꾼·이름꾼 집도 구경을 못 해요. 갇힌 수렁에서 나고자라는 틀에 길든 북녘아이는 무엇을 볼까요? 또한, 남녘은 얼마나 “안 갇힌 수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함께 돌아볼 일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