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김보통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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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4.9.

다듬읽기 196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김보통

 한겨레출판

 2018.1.9.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김보통, 한겨레출판, 2018)을 펴면, 첫머리는 글님이 어릴 적부터 겪은 쓴맛과 멍울과 생채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구나 싶다가, 어느새 글이 갈팡질팡 길을 잃는 듯싶습니다. 이모저모 꾸미거나 덧붙이려 들면서 들쑥날쑥합니다. “나이만 드는 사람”은 ‘어른’이 아닙니다. “철이 드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어른이 되는 길이 서글플 까닭이 없습니다. 철이 들어 눈이 밝고 마음을 틔울 적에는 늘 스스로 생각하는 숨빛으로 사랑을 펴게 마련입니다. 철이 안 들고 나이만 먹기 때문에 ‘늙’으며, 이렇게 늙은 몸으로 뒹굴 적에는 서글플 수 있겠지요. ‘어른’은 말을 꾸미거나 감추지 않습니다. 어른은 수수하고 쉽게 숲빛으로 글을 살리고 가꿉니다. 어른이 아니기에 쉬운말을 안 쓸 뿐 아니라, 겉치레하고 허울을 자꾸 붙이려고 하더군요.


ㅅㄴㄹ


신기하게도 흐리멍덩한 잔상으로 남아 있던 것들이 쓰기 시작하면 조금씩 선명해집니다

→ 흐리멍덩하던 일을 글로 쓰는데 놀랍게도 조금씩 뚜렷이 떠오른다

→ 마음에 남아서 글로 쓰는데 믿기지 않지만 조금씩 또렷이 생각난다

10


마음속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만점을 주었다

→ 마음으로 되씹으며 한목소리로 으뜸을 매겼다

→ 마음으로 살피며 다같이 첫째로 매겼다

20


배드민턴 라켓 없는 집이 없었던 것처럼

→ 깃공치기 채가 없는 집이 없었듯이

23


나 역시도 재미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다

→ 나도 재미는 생각하지 않는다

25


중요한 건 그래서 누가 이겼냐이다

→ 그래서 누가 이겼냐를 따진다

→ 그래서 누가 이겼냐를 들여다본다

25


거의 30년 전의 일이다

→ 거의 서른 해 일이다

→ 거의 서른 해가 됐다

32


첫 시합 1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시원하게 케이오를 당했다

→ 첫판 첫마당을 열자마자 시원하게 드러누웠다

→ 첫겨룸 첫마루를 열면서 바로 시원하게 뻗었다

41


그것을 이별이라 부르기도 애매해다. 기본적으로 늘 떨어져 있다

→ 헤어졌다고 하기도 어설프다. 늘 떨어졌다

→ 갈라섰다고 하기도 멋쩍다. 늘 떨어졌다

51


그 도시의 어느 돈가스 가게에 앉아 있었다

→ 그 고장 어느 돼지튀김 가게에 앉았다

51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야

→ 마음이 아니야

→ 마음힘이 아니야

58


한 명은 단란주점에 다닌다는 소문이 있는 여자애였다

→ 하나는 노닥술집에 다닌다고 하는 가시내였다

→ 하나는 노닥가게에 다닌다는 말이 있는 아이였다

67


살면서 예측하지 못한 시련에 부딪혀 고난을 겪을 때마다

→ 살면서 뜻하지 못한 고비에 부딪힐 때마다

→ 살면서 생각지 못한 벼랑에 부딪힐 때마다

90


할아버지의 등장을 알리는 것은 골목 어귀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동요 소리였다

→ 할아버지는 골목 어귀에서 가물가물 노랫소리를 들려주며 나타났다

→ 할아버지는 골목 어귀에서 가늘게 놀이노래를 들려주며 나타났다

101


당시 열여덟 살이던 우리가 경험은커녕 상상도 할 수 없는 기행을 많이 저질렀다

→ 열여덟 살이던 우리가 겪기는커녕 꿈도 못 꿀 만한 뜬금짓을 자주 저질렀다

→ 열여덟 살이던 우리가 해보기는커녕 어림도 못 할 짓을 자주 저질렀다

111


이미 나의 덜 떨어짐이 평소의 행실로 익히 알려진 터라 부질없는 짓이었지만

→ 이미 늘 덜떨어진 내 모습이 익히 알려진 터라 부질없는 짓이지만

113


학교 대표로 여기저기 사생대회에 참가하곤 했다

→ 배움터에서 뽑혀 여기저기 그림잔치에 가곤 했다

127


너무 어린 것인지, 밤눈이 어두운 건지

→ 너무 어린지 밤눈이 어두운지

141


내가 근로장학생 일을 한 것은 단지

→ 내가 배움일꽃을 맡은 뜻은 그저

→ 내가 배움일꾼을 한 까닭은 그냥

147


잠시 정적이 흐르고 내가 물었다

→ 한동안 조용했고 내가 물었다

→ 살짝 말이 없고 내가 물었다

17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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