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좋은사람 (2023.6.16.)

― 인천 〈나비날다〉



  ‘좋은책’을 읽기에 ‘좋은사람’이 되지 않습니다다. ‘좋은마음’이란 따로 없습니다. ‘좋은길’조차 없습니다. ‘좋음·나쁨’은 ‘옳음·그름’으로 가르는 굴레이자, 싸움(전쟁)을 벌이는 불씨일 뿐입니다.


  ‘아름책’을 읽을 마음을 품지 않고서 자꾸 ‘좋은책’을 읽거나 알리려(추천) 한다면, 그만 끝없이 싸움을 걸면서 ‘니 쪽 내 쪽’으로 갈라치기를 하는 불구덩이에 잠겨듭니다. 아름다움에는 좋음도 나쁨도 없어요. 사랑에는 옳음도 그름도 없어요. 아름다움과 사랑은 ‘니 쪽 내 쪽’을 안 가릅니다. 언제나 어깨동무로 포근히 다독이면서 돌아보는 숨결이기에 아름다움이요 사랑이고, 아름책이자 사랑책입니다. 아름책이나 사랑책은 ‘베스트셀러’도 ‘스테디셀러’도 ‘고전’도 ‘추천도서’도 아닙니다. 아름답기에 아름책이고, 사랑이기에 사랑책입니다.


  지난날에는 힘·돈·이름을 거머쥔 무리가 이녁 담벼락을 높이는 글이며 책을 쏟아냈다면, 오늘날에는 새롭게  힘·돈·이름을 바라는 마음으로 글이며 책을 내놓는 분이 퍽 많습니다. 그런데  힘·돈·이름은 아름빛도 사랑씨앗도 아닙니다.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 적에는 죽음도 미움도 없어요. 이와 달리 안 아름답거나 안 사랑스러울 적에는 죽음하고 미움이 넘실거립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앞서 〈나비날다〉에 짐을 내려놓고서 숨을 돌립니다. 오늘 장만한 책이 큰더미이지만, 한 자락 더 살펴서 얹을 생각입니다. 두리번두리번하면서 여러 책을 들여다봅니다. 죽음이 아닌 살림을 이야기로 다루는 책이 무엇인지 헤아립니다. 미움이 아닌 사랑을 펴려는 책은 어디 있으려나 어림합니다.


  목소리는 목소리일 뿐, 말이나 이야기는 아닙니다. 목소리를 냈기에 “말을 한다”거나 “마음을 밝힌다”거나 “이야기를 한다”고 여기지 않아요. 그렇지만 어쩐지 목소리만 드높은 책이 꽤 많고, 마음을 나누면서 이야기꽃으로 가려는 생각을 씨앗으로 심으려는 책이 드뭅니다.


  타카하시 신 님이 여민 《좋은 사람》이라는 그림꽃이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란 무엇이고, “좋은 일”이란 무엇인지 수수께끼를 풀고픈 젊은이가 시골에서 서울(도쿄)로 가서 갖은 고비를 부딪히면서도 늘 웃는 마음을 다루는 줄거리입니다. 이이는 끝내 “좋은 길”을 못 찾았고, 시골로 돌아갑니다. 이이는 무엇을 찾았을까요? 스스로 마음으로 지피는 ‘사랑’이 있는 줄 알면 넉넉한 줄 깨달아요.


  좋은나라여야 하지 않아요. 좋아야 하지 않고, 좋아할 까닭이 없습니다. 책도 글도 매한가지입니다. 가르지 말아요. 좋아하니 스스로 좁히면서 마음이 졸아듭니다.


ㅅㄴㄹ


《바다를 주다》(우에마 요코/이정민 옮김, 리드비, 2022.12.26.)

#上間陽子 #海をあげる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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