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3.26.
숨은책 900
《詩人의 눈》
조지훈 글
고려대학교출판부
1978.4.30.
요즈음은 예전처럼 한자를 함부로 드러내어 글을 쓰는 사람이 드뭅니다만, 굳이 한자를 밝히는 글을 적는 분이 꼭 있습니다. 한자를 잘 안다면 구태여 한자를 안 씁니다. 영어를 잘 안다면 애써 영어를 안 씁니다. 잘 알기에 누구나 쉽게 맞아들일 만하게 우리말로 풀거나 녹여서 들려줍니다. 얼핏 알거나 가볍게 아는 분들이 자꾸 한자나 영어를 자랑합니다. 두바퀴를 잘 모는 사람은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달리지 않습니다. 두바퀴가 비싸거나 좋다고 자랑하려는 이들이 함부로 달리거나 휘젓습니다. 《詩人의 눈》은 1978년에 나왔고, 그무렵 적잖은 글바치는 한자를 새까맣게 적었습니다. 그런데 그무렵에 나온 《뿌리깊은 나무》는 한자를 한 마디도 안 썼어요. 바탕이 한자말이라 하더라도 ‘한글로 적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낱말’을 가려서 쓰던 《뿌리깊은 나무》입니다. 버스를 ‘bus’로 적어야 글멋이 나지 않습니다. 시도 ‘詩’가 아닌 ‘시’라 적으면 되고, 어린이를 헤아린다면 ‘노래’로 풀 만합니다. 노을처럼 너울처럼 누리처럼 느긋하면서 함께 말놀이를 펴는 ‘노래’입니다. 묵은 글이어도 배울 대목은 있고, 비록 우리글하고 우리말을 등졌어도 노래넋과 노래눈을 익힐 수 있습니다만, 이제는 글결부터 바꿔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