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힘이 세다 - 도서관에서 찾은 47가지 그림책 질문
박미숙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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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3.17.

그림책시렁 1366


《그림책은 힘이 세다》

 박미숙

 책이라는신화

 2023.12.25.



  언제부터인가 “무엇은 힘이 세다” 같은 말씨가 번지고, 이런 이름을 단 책도 나옵니다. “무엇은 힘이 세다” 같은 말글을 듣거나 보면 깜짝 놀랍니다. 왜 이 삶을 힘겨루기로 마주하려는 셈일까요? 어릴 적에 워낙 고삭부리로 으레 앓아누울 뿐 아니라, 집 안팎과 마을과 배움터에서 늘 얻어맞으면서 들볶이던 아이였던 터라, ‘힘세다’를 내세우는 이름에는 확 주눅이 듭니다. 《그림책은 힘이 세다》는 나쁜책이지 않습니다만, ‘힘’을 자꾸 들추는 얼거리이다 보니, 오히려 멀리하고픕니다. 글쓴이는 오래도록 작은책숲을 아끼는 길을 걸으셨는데, ‘작은’책숲을 아낀 매무새로 왜 ‘힘’을 불쑥 앞장세워야 하는지 아리송해요. 곰곰이 보면, 이 꾸러미에서 다루는 그림책이 뜻밖에 퍽 좁아요. 사랑을 들려주거나 숲을 속삭이거나 살림을 짓는 슬기를 밝히는 그림책은 오히려 못 다루었다고 느낍니다. 아무래도 ‘힘센’ 그림책에 기우느라 ‘이름난’ 몇몇 그림꾼 책에서 맴돌다가 끝납니다. 저는 1999년에 처음으로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어릴 적에 제 곁에는 그림책이 한 자락조차 없었고, 1982∼87년에 다닌 국민학교에는 배움책숲도 없었으나 ‘학급문고’조차 마병(폐지)더미였을 뿐입니다. 쓸쓸합니다. “그림책은 사랑”이라는 눈길로 다가서야 그림책을 비로소 품고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그림책은 힘이 세다》(박미숙, 책이라는신화, 2023)


시립도서관도 있었고

→ 고을책숲도 있고

→ 마을책숲도 있고

10


당장 재원이 없으니, 버는 돈의 일부를 떼어 책을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 눈앞에 돈이 없으니, 버는 돈을 조금 떼어 책을 사 모았습니다

→ 바로 밑돈이 없으니, 버는 돈을 푼푼이 떼어 책을 사 모았습니다

11


뒹굴뒹굴 책 속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 뒹굴뒹굴 책에 빠진 아이들을 보면

11


모두가 이용자라고 불리는 같은 사람이 되지요

→ 모두가 손님이라고 하는 같은 사람이지요

→ 모두가 같이 쓰지요

12


문화나 예술을 만끽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 살림꽃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 온살림을 맛볼 수 있기도 해요

→ 삶멋을 즐길 수 있기도 해요

21쪽


작은도서관이라는 고유명사로 불리지요

→ 작은책숲이라고 이르지요

→ 작은책터이라고 하지요

→ 작은책밭이라는 홀이름이 있지요

26


호기롭게 나섰습니다

→ 거침없이 나섰습니다

→ 기운차게 나섰습니다

36


독학을 한번 해보세요

→ 혼자 익혀 보세요

→ 홀로 배워 보세요

38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 아무것도 안 한다고 느낀다고 이야기를 하며 이 일을 꾸렸습니다

→ 아무것도 안 한다고 느낀다고 이야기하며 이 밑그림을 폈습니다

43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 조용한 시골입니다

→ 한갓진 시골입니다

48


고민의 시작은 제가 일하고 있는 도서관의 강의실을 대관해 달라는 전화가 오면서입니다

→ 제가 일하는 책숲 익힘칸을 빌려 달라고 물어올 때부터 근심입니다 

→ 제가 일하는 책밭 배움칸을 빌리겠다고 여쭐 때부터 걱정스럽습니다

54


이런 안내문은 너무 과잉 아닐까

→ 이런 알림글은 너무하지 않을까

→ 이런 글자락은 지나치지 않을까

56


요즘 도서관은 정숙만을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 요즘 책숲만 조용하라고만 시키지 않습니다

→ 요즘 책터는 가만 있으라고만 하지 않습니다

60


우리는 왜 시민을 민원인이라 부르게 되었을까

→ 우리는 왜 사람을 넋두리라 이를까

→ 우리는 왜 이웃을 목소리라 여길까

62


영아기에 책을 통해 아이와 애착을 맺으면

→ 갓난이 때 책으로 사귀면

→ 갓난아이 때 책으로 마음을 쏟으면

80


큰소리만 칠 게 아니라

→ 큰소리만 치지 말고

→ 큰소리는 그만 치고

117


우리 부모 세대 트라우마는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 우리 어버이 또래는 못 배워서 고름이 맺었습니다

→ 우리 어버이 또래는 못 배운 멍울이 있습니다

119


굳이 데스크에 앉아 있는 저에게 와서

→ 굳이 자리에 앉은 저한테 와서

→ 굳이 일칸에 앉은 저한테 와서

124쪽


누군가 입장에 서 본다는 것, 그것은 그 대상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 누구 자리에 서 보려면, 이웃을 들여다보고 살피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 누구 눈길로 서 보려면, 둘레를 보고 헤아리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165


햄버거 광고는 언제나 저를 패스트푸드점으로 달려가게 합니다

→ 고기빵 알림을 보면 언제나 빠른밥집으로 달려갑니다

29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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