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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에도 슬픔이 - 청년사 만화 작품선 03
이희재 지음 / 청년사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3.12.
만화책시렁 621
《저 하늘에도 슬픔이》
이윤복 글
이희재 그림
청년사
2004.4.8.
모르는 아이는 없다고 느낍니다. 알면서 짐짓 감추고, 더 알려는 마음을 접더군요. 아는 아이는 빙그레 웃거나 찡그리며 웁니다. 매캐한 먼지를 털려고 웃고, 캄캄한 멍울을 씻으려고 울어요. 아이를 지켜보노라면, 저마다 다르게 어버이를 북돋우고 어른을 일깨우는 줄 알아차릴 만합니다. 어버이나 어른이라면, 먼저 아이한테 물을 일입니다. 아이는 스스럼없이 들려줍니다. 아이가 말하는 곳에는 언제나 빛과 실마리가 있습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어린이 이윤복 님이 남긴 하루글을 바탕으로 나온 그림꽃입니다. 곯고 고단하고 가난하고 쓸쓸한 나날이지만, 꼬박꼬박 하루글을 남겼어요. 집을 떠난 어머니를 언젠가 다시 만나면 풀어놓을 이야기를 아로새기는 마음이었을 수 있습니다. 1950년에도 1960년에도 1970년에도 1980년에도, 또 1990년과 2000년에도 가난한 사람은 내내 가난합니다. 일을 안 해서 가난하지 않습니다. 턱이 높고, 이웃을 안 쳐다보는 굴레가 깊고, 아이들 스스로 꿈을 바라보도록 북돋울 어른마저 드문 탓입니다. ‘경제개발·새마을운동’은 모두 뒷구멍이 큰 허울입니다. 오늘날 숱한 ‘개발사업’도 매한가지입니다. 눈을 떠서 함께 하늘을 바라볼 때라야, 비로소 빗물로 멍울을 달랠 수 있습니다.
ㅅㄴㄹ
“니 껌 파는 아이가? 그 껌 한 통 얼마고?” “요고 전부 다섯 개 들었는데 십 원입니다.” “한 통 팔면 얼마 남노?” “사 원 남아예. 사실랍니까?” “니 아부지 계시나?” “예.” “엄마는?” “없어예.” “엄마 와 없노?” “묻지 마이소.” (20쪽)
‘저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벌었길래 저렇게 잘 입고 다닐까?’ (26쪽)
“여러분! 윤복이가 결석한 이유를 알려주겠어요 … 줄곧 껌 장사를 했어요. 희망원에 잡혀 간 적도 많았어요. 요 며칠 동안에도 윤복이는 염소를 먹이러 다녔던 거예요. 식구들 끼니와 아버지 약값을 벌기 위해, 윤복이는 하루에 십 원씩 받고 염소를 먹였어요.” (61쪽)
‘오늘은 저녁때 껌을 팔고 돌아오는 길에, 어떤 할아버지께서 중앙통 가게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니 이십 원밖에 없었다. 할아버지의 손에 이 원을 쥐어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90쪽)
“울지 않기로 하는 기다. 엄마 보고 싶어도 울지 않는 기다. 아부지, 순나 보고 싶어도 울지 않는 기다.” (115쪽)
“윤복이는 왜 신발을 벗고 하지?” “신발이 닳을까 봐 그런데요.” “…….” (171쪽)
‘날씨가 추워지고, 자꾸만 쌀값이 올라간다. 순나도 어디에선가 우리들 걱정을 하고 있겠지. 저 하늘에도, 저 하늘에도 슬픔이 있을까?’ (21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