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졸업식 2024.2.16.쇠.
네가 배우는 사람이라면, 날마다 배워. 무엇이든 배우고, 언제나 배워서, 스스로 자라. 네가 배우는 사람이라면, 웃고 울며 배워. 환하게 배우고, 기쁘게 배워서, 놀랍게 자라. 네가 배우기를 바라니, 날마다 배울거리를 맞아들여 빗물을 배우고, 바람을 배워서, 별빛을 읽는 길을 알아본단다. 네가 배우려고 나서니, 너로서는 부아나는 일이 없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앞세우지 않는구나. 네가 배우면서 자라니, 느긋이 걷고, 차곡차곡 일구어, 넉넉히 베풀 줄 알아. 네가 더는 배우려 하지 않을 적에 ‘졸업식’을 하네. 너희 나라뿐 아니라, 푸른별 모든 나라는 ‘입학·졸업’이라는 틀을 세우는데, 그곳(학교)에 들어가기에 오로지 안 배우기 일쑤야. 일어나고 일하고 쉬고 자는 집이야말로 배움터인걸. 너희 집과 이웃사람 집이 어우러진 마을은 늘 배움터야. 졸업장은 덧없어. 아니, 졸업장은 네가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알리는 덫이로구나. 졸업장을 받은 너는 무엇을 하니?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졸업장을 받기에 ‘배움살림’이 넉넉하다고 여길 수 있니? 생각해 봐. 아기를 돌보는 어버이한테 ‘입학증서’나 ‘졸업장’을 주지 않아.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비질을 할 적에 입학증서·졸업장 하나 없어. ‘졸업 = 죽음’이고, ‘입학 = 죽으로 가는 길’이란다. 배움터를 다니고 싶다면, 네 삶터에서부터 스스로 하루를 배우고 가꾸면서 노래하기를 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