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환대 2023.7.9.
머리맡에 꽃을 놓으면
가까이에서 번지면서
환하게 올라와 물드는
반가운 기운
밭기슭에 나무 심으면
무럭무럭 자라더니
꽃에 열매에 그늘에
즐거운 숨결
너랑 같이 걸으면
언제 어디에 가더라도
수다에 얘기에 놀이에
신나는 웃음
여름에 골짜기에서
겨울에 바닷가에서
봄가을에 들길에서
기쁘게 누리는 하루
ㅅㄴㄹ
한자 ‘환(歡)’을 넣는 ‘환영·환호·환희’는 하나같이 ‘기쁜’ 마음을 드러냅니다. ‘환대(歡待)’는 “기쁘게 맞아 넉넉히 모심”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뜻과 결을 나타내는 우리말이 있어요. 바로 ‘반갑다·반기다’입니다. ‘반’이라는 우리말은 ‘반하다’처럼 쓰기도 합니다. 누구를 보거나 무엇을 마주하면서 마음속에서 차츰차츰 기쁜 물결이 일어나서 확 달아오른다고 할 적에 ‘반하다’입니다. 낮에는 다들 못 느끼기 일쑤이지만, 밤이 오면 둘레를 밝히는 빛을 느낄 만해요. 바로 별입니다. 낮에 뜨는 해는 ‘환하다’고 합니다. 밤에 돋는 별은 ‘밝다’고 합니다. 밤처럼 빛이 사라졌다고 여기는 곳이나 때를 ‘밝힌다’고 하기에 별이요, 이러한 빛줄기를 둘레에 퍼뜨리거나 스스로 일으키는 결을 ‘반갑다·반기다’라는 낱말로 그립니다. 밝게 웃기에 슬픔도 생채기도 씻습니다. 밝게 노래하기에 지치거나 고된 몸에 새롭게 기운을 일으킵니다. 밝게 맞이하고 이야기하는 사이에, 어느새 앙금을 풀고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두 팔을 벌려 반겨요. 두 팔로 포근히 안으면서 즐거워요.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서 신나게 들판을 달립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