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곁말

곁말 114 반짝나래



  젖먹이로 그저 바닥에 누워 보꾹만 쳐다보던 무렵, 처음으로 눈앞뿐 아니라 둘레가 환하면서 나타난 ‘반짝나래’를 보았습니다. 그 뒤로도 얼핏설핏 보았지 싶으나 어린배움터에서 내는 짐(숙제)에 허덕이면서 하늘을 볼 짬이 없었습니다. 낮에 문득 바깥하늘을 바라볼라치면 길잡이(교사)는 으레 머리를 쾅 때리면서 “딴청 부리지 말고 앞을 봐!” 했습니다. 열 살 무렵,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에 반짝나래가 새삼스레 훅 나타나서 “넌 뭘 바라니? 네가 바라는 대로 줄게. 돈이 있으면 돼? 아니면 멀리 떠나고 싶어? 힘이 세고 싶어? 잘생기고 싶어?” 하고 묻습니다. 바라는 대로 준다는 말에 솔깃하려다가 “아냐. 난 내가 스스로 할 수 있어. 돈은 어른이 되어 벌 수 있고, 어른이 되면 어디로든 돌아다닐 수 있을 테고, 비록 힘이 여리지만 힘이 세면 다른 아이들처럼 나도 주먹을 휘두를까 싶어서 싫어. 그리고 사람은 잘생기고 못생기고로 따질 수 없어. 고마워.” 하고 대꾸했습니다. 이날 뒤로 서른 해 넘게 반짝나래를 못 보았다가, 전라남도 고흥 시골자락에 깃들고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반짝나래를 자주 봅니다. 아이들도 곁님도 알아채고는 “저기 있다! 저기서 춤추네. 어, 멈췄네. 다시 춤추네!” 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켜요.


ㅅㄴㄹ


반짝나래 (반짝 + 나래) : 반짝하는 빛으로 날면서 나타나는 무엇. 사람이 보기에는 눈부시거나 환하거나 반짝거리는 빛살·빛줄기·빛덩이인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위아래왼오른을 가리지 않고 마음대로 날 뿐 아니라, 아주 빠르게도 느리게도 날고 멈추기도 하며,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 반짝날개·반짝빛·반짝별·반짝이·반짝벗·반짝님. ← 유에프오UFO, 미확인비행물체)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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