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 ‘서울의봄’에서 군사정권의 종말까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4
정해구 지음 / 역사비평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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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3.3.

인문책시렁 350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정해구

 역사비평사

 2011.5.16.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정해구, 역사비평사, 2011)을 새삼스레 읽습니다. 2024년에 〈건국전쟁〉이란 이름을 붙인 보임꽃이 마치 ‘다큐멘터리’라도 되는 듯이 나오더군요. 이런 거짓부렁은 아무런 삶그림(다큐)이 될 수 없습니다. 그저 거짓부렁에 눈속임에 길들이기일 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2024년에 ‘망나니 이승만’을 ‘나라 아버지’로 치켜세우는 거짓부렁이 보임꽃으로 나온다면, 2054년 무렵에는 ‘얼간이 전두환’도 이와 비슷하게 기리는 거짓부렁이 보임꽃으로 나올 수 있을 듯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눈뜨려 하지 않으면 거짓부렁에 놀아납니다. 우리가 스스로 눈감은 채 힘·돈·이름에 사로잡혀서 멱살질만 해댄다면, 앞으로 아이들은 우리 발자취를 잊을 뿐 아니라, 우리 앞길마저 잃어버릴 만합니다.


  망나니나 얼간이가 잘못했기에 그들을 돌로 쳐죽여야 하지 않습니다. 서정주나 고은 같은 얼치기도 매한가지입니다. 이들을 바위로 쳐죽여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이들 민낯을 낱낱이 밝혀서 어떤 허물이었는지 남기고서, 이제부터는 망나니가 힘을 부리지 않도록, 오늘부터는 얼간이가 이름을 날리지 않도록, 앞으로는 얼치기가 돈을 거머쥐지 않도록, 나라를 아름다이 가꿀 노릇입니다.


  그런데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도 썩 잘 여민 꾸러미는 아닙니다. 이미 나온 다른 꾸러미를 간추렸을 뿐입니다. 이 꾸러미를 쓴 분도, 다른 꾸러미를 쓴 분도, 다들 입으로는 들불(민주화운동·민주화항쟁)이란 이름을 외지만, 막상 들사람 눈높이로 글을 쓰거나 여미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 어느 곳에도 들사람 이야기는 한 줄로도 없습니다. 온통 벼슬판(정치)과 물결판(운동권)에서 맴돌 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이 이만큼 날개를 펴고 숨통을 튼 바탕은 몇몇 ‘길잡이(운동권 인사)’ 때문이 아닙니다. 이름을 안 남기고서 이 땅을 어질게 일군 숱한 순이돌이가 이 땅과 나라를 이끌었어요. 서울에서 몇 사람이 모이고, 부산에서 어느 길을 차지하고, 광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다고 하고 적바림하는 글은 온통 ‘위’일 뿐, ‘밑(사람들)’이 하나도 안 보입니다.


  앞으로 누가 이런 책을 읽어 줄까요? 게다가 글이 매우 어렵습니다. 무늬는 한글이지만 하나도 우리말이 아닙니다. 언제까지 일제찌꺼기 말씨를 붙들고서 이렇게 딱딱하고 어설피 글을 쓸 셈인지 글바치 스스로 뉘우칠 일입니다.


  중국을 섬기던 무리는 우리말을 안 쓰고 중국말과 한문을 쓰면서 우쭐거렸습니다. 일본수렁일 적에도 우리말을 안 쓰고 일본말과 일본 한자말을 쓰면서 거드럭거렸습니다. 일본총칼이 물러난 뒤에도 내도록 중국말에 일본말에 영어를 마구 뒤섞으면서 막상 우리말을 쓴 적조차 없는 글바치요 길잡이(운동권)입니다. 벼슬아치도 엉터리였지만, 벼슬아치를 나무라는 쪽도 참 얄딱구리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파묘〉 같은 보임꽃에서 헤맵니다. 우리는 여태 〈웡카〉 같은 보임꽃은 찍을 줄도 엄두도 생각도 못 합니다. 조금이라도 날개를 펼 수 있는 나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새롭게 눈뜨고 마음을 틔우면서 아름나라로 나아갈 길을 즐거우면서 사랑스레 들려주는 글과 말과 이야기와 살림을 펴서 씨앗으로 심어야 할 테지요. 엉터리에 망나니에 얼치기가 왜 판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낡은 틀에 새술을 들이부은들 고린내가 날 뿐이에요. 새술은 새자루에 담아야지요. 낡은말을 버리고, 낡은틀을 버리고, 낡은길도 버리고, 낡은나라와 낡은 벼슬아치도 몽땅 버려야, 이제부터 아이들이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ㅅㄴㄹ


이승만의 독재정권을 최종적으로 붕괴시킨 것은 민주당이 아니었다. 1960년 3월 15일에 치러진 제4대 정·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 정권에 의한 대대적인 부정선거가 자행됨에 따라 이에 대한 항의가 학생들을 중심으로 일어났고, 마침내 그 항의는 이승만 정권의 탄압에 맞서 국민적인 항쟁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16쪽)


광주의 ‘해방’ 직후인 22일 오전의 시점에서 ‘해방’ 광주를 이끌 그 어떤 항쟁 지도부도 존재하지 않았다. 광주의 ‘해방’은 시민들의 자연발생적인 항쟁의 결과였을 뿐, 어느 누구의 계획적인 지도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66쪽)


항쟁이 지방으로 확산되고 경찰력이 무력화되기 시작한 18일을 전후하여 전두환 정권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다. 이제 그들은 국민의 민주화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경찰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진 항쟁의 저지를 위해 군 투입의 비상조치를 감행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했다. (145쪽)


독재세력의 후신은 보수적 정치세력의 집권으로 철저한 독재청산이 어려웠을지라도, 또한 대선 패배로 인해 민주화운동 세력이 분열되고 좌절감에 빠졌을지라도, 이제 과거 권위주의 방식의 지배와 통치는 더 이상 어렵게 되었다. (179쪽)


정의사회 구현을 내건 전두환 정권이었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두환의 대통령 재임 당시 밝혀진 이 같은 권력비리들은 전체 비리의 일부분이었을 뿐이다. (222쪽)


+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시민혁명일 것이다

→ 우리 눈에는 무엇보다도 들너울이 보인다

→ 우리는 먼저 살림너울을 본다

12쪽


일제 식민치하에서 해방된 한반도는 새로운 독립국가 건설의 꿈에 고무되었다

→ 일본수렁에서 풀린 이 땅은 새나라를 세우는 꿈에 부풀었다

→ 일본굴레를 벗은 이 나라는 한나라를 짓는 꿈에 기뻤다

→ 일본사슬틀 털어낸 이곳은 한누리를 닦는 꿈에 들떴다

→ 일본불굿에서 나래펴는 우리는 혼누리를 일구는 꿈에 반가웠다

13쪽


한국전쟁은 국가의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반공주의를 더욱 강화했고

→ 한겨레싸움으로 나라틀은 두레길을 더욱 미워했고

→ 한겨레싸움 뒤로 나라는 거꿀두레로 더욱 치달았고

15쪽


사사오입개헌으로 장기집권을 모색하면서 점차 동요했다

→ 가운올림 뒤집기로 오래임금을 꾀하면서 차츰 흔들렸다

→ 도막올림 판갈이로 오래끌기를 노리면서 이내 기울었다

15쪽


박정희 정권은 이에 일괄적으로 재갈을 물리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 박정희 나라는 통째로 재갈을 물렸다

→ 박정희는 모조리 재갈을 물렸다

19쪽


부산에서 발생한 시위는 주변의 마산지역까지 확산되었지만

→ 부산에서 일어난 물결은 둘레 마산까지 퍼졌지만

→ 부산에서 터진 들너울은 둘레 마산까지 번졌지만

25쪽


이를 일부 학생들과 불순분자들의 난동사태라 주장했다

→ 이를 몇몇 아이들과 빨강이가 어지럽힌다고 떠들었다

→ 이를 두어 아이들과 사납이가 들쑤신다고 떠벌였다

25쪽


극악무도한 만행에 대항하여

→ 끔찍한 짓에 맞서

→ 몹쓸짓에 맞버텨 

→ 사납짓을 맞받아

67쪽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추대하려는 운동에서 시작되었다

→ 전두환을 꼭두로 올리려는 물결에서 비롯하였다

→ 전두환을 높이 띄우려는 바람으로 열었다

→ 전두환을 우두머리로 모시려는 구름에서 일었다

→ 전두환을 나라님으로 높이려고 너울대면서부터이다

→ 전두환을 꼭두빛으로 세우려고 춤추면서부터이다

→ 전두환을 나라지기로 기리려고 하면서부터이다

87쪽


민주화 항쟁이란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압력이 더 이상 억제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련의 계기를 통해 그 압력이 폭발함으로써 야기되는 대규모 대중 시위라 할 수 있다

→ 들꽃너울이란 힘으로 억누른 틀에 맞선 사람들이 더는 짓밟히지 않으려고 한꺼번에 일어나는 너른바다라 할 수 있다

→ 촛불바다란 모질게 짓이기는 나라에서 사람들이 더는 밟히지 않으려고 다함께 일으키는 들불이라 할 수 있다

13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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