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901


《괴테名言集, 인생·예술·행복》

 괴테 글

 이지상 옮김

 백조서점

 1959.8.10.



  일본에서 지은 말인 ‘문고본(文庫本)’입니다. ‘○○문고’는 모조리 일본 책살림을 흉내낸 판입니다. 이름도 엮음새도 줄거리도 일본책을 베꼈고, 때로는 알맹이까지 통째로 훔쳤더군요. 1959년에 나온 《괴테名言集, 인생·예술·행복》은 ‘白潮新書 11’라는데, ‘백조신서’는 아예 일본 손바닥책 이름마저 따왔더군요. 책끝에 붙인 “다른 손바닥책 이름과 줄거리”를 담은 칸짜임도 일본책을 따라했습니다. 그래도 지난날 이 작은 《괴테명언집》을 한글판으로 읽던 분은 고맙게 여겼겠지요. 주머니에 쏙 넣고서 언제 어디에서라도 가볍게 펼치면서 아름말(명언)을 곱씹을 만하거든요. 우리나라는 1945년부터 거의 2000년까지 손바닥책도, 살림꾸러미(백과사전)도, 낱말책(사전)도, 그림책에 동화책까지도, 일본책을 여러모로 훔쳤습니다. 헌책집을 다니다가 이런 흉허물을 마주할 적에 쓴웃음을 짓는데, 좀 더디고 품을 많이 들이더라도, 손수 영어나 독일말이나 스웨덴말을 제대로 익혀서 옮겨 보았다면, 스스로 속힘을 키울 수 있어요. ‘영일사전’을 ‘영한사전’으로 슬쩍한들 우리 영어 솜씨가 늘지 않습니다. 문득 생각해 봅니다. 우리 나름대로 ‘작은책’이나 ‘손바닥책’이라 할 만합니다. ‘주머니책’이라 할 수 있어요. ‘조약돌책’이나 ‘씨앗책’ 같은 이름도 어울려요. 조그마한 씨앗 한 톨을 이 바쁘고 북새통인 한복판에 가만히 심고서 느긋느긋 보듬고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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