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9.


《조선 처녀의 춤》

 마쓰다 도키코 글/김정훈 옮김, 범우사, 2021.5.10.



헬렐레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이튿날이 설날이라는데, 시골집에서 조용히 지낼 셈이었는데, 그야말로 푹 쓰러져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다. 누우며 끙끙거리고, 몸을 돌리며 아이고 아이고 하고, 살짝 일어나 마당에 서고서 숨돌리고, 다시 드러누워 꿈누리로 간다. 앓을 적에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앓을 적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샅샅이 훑으면서 이 몸을 새롭게 그린다. 앓으면서 무엇을 알고 싶은지 되새긴다. 앓으면서 무엇을 보고 느끼며 품을는지 생각한다. 《조선 처녀의 춤》을 읽었다. 옮김말이 몹시 아쉽다. 싸움판에 미친 일본을 나무라면서, 수수한 살림순이하고 일순이가 깨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노래인데, 이런 노래를 ‘먹물말(지식인 일본 한자말)’로 범벅을 해놓으면 어쩌나? 곰곰이 돌아본다. 숱한 글바치는 집안일을 안 한다. 글을 짓건 옮기건, 아이를 돌보는 하루를 보내는 이는 드물다. 어린이 눈높이로 글을 안 써버릇하는 분이 많다. 한 해에 책 한 자락 읽을 겨를이 없는 이웃이 쉽게 누릴 만한 글결을 살리는 분이 드물다. 수수하게 짓는 살림을 수수하게 마음에 담고, 이 마음을 소리로 옮기니 말이다. 살림꾼으로 살지 않으면 살림말을 모른다. 먹물말로 휩쓸린 글바치는 시커먼 마음으로 치닫는다.


#松田解子 #乳を売る #朝の霧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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