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9.


《일인칭 가난》

 안온 글, 마티, 2023.11.24.



귤과 바나나를 사러 읍내를 다녀온다. 오늘 보니 귤 한 꾸러미에 4만 원. 가게일꾼은 곧 더 오른다고 말한다. 시골 고흥에서는 ‘귤 한 알 1000원’은 이미 넘었다. 예전에 다른 고장에서 ‘귤 한 꾸러미 7000원’을 할 무렵에도 고흥만큼은 ‘귤 한 꾸러미 25000원’ 안팎이었다. 시골은 더 비싸고 더 후지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팔아 주니 고맙다’고 여긴다. 어린이옷도 푸름이옷도 시골에서는 못 산다. 가까운 순천에 나가거나 누리가게에서 사거나, 아예 서울이나 일산까지 가야 비로소 맞춤한 옷을 찾는다. 《일인칭 가난》을 읽으며 매우 아쉬웠다. 책을 쓴 뜻은 높이 살 만하지만, 가난살림을 자꾸 남들하고 견주면서 줄거리가 흔들리고 이야기가 엇나갔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말건 왜 쳐다봐야 하는가? 남들하고 우리 살림을 맞대면, 온누리에 안 가난한 사람은 그저 한 놈만 있다. 더 벌어야 안 가난하지 않은 줄 알아보려 하지 않으면 쳇바퀴를 돌거나 스스로 멍울을 부풀리고 만다. 글결도 영글지 않았다. 굳이 글치레를 할 까닭이 없다. “내가 본 가난”이나 “내가 겪은 가난”을 쓰면 된다. “나는 가난했다” 하고 스스럼없이 수수하게 적으면 된다. 돈가난 탓에 삶이 망가지지 않는다. 마음가난 때문에 스스로 삶을 망가뜨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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