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시대의 사회학
이이효재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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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2.22.

인문책시렁 349


《분단시대의 사회학》

 이효재

 한길사

 1985.10.20.



  《분단시대의 사회학》(이효재, 한길사, 1985)을 문득 되읽었습니다. 이 책이 처음 나오던 무렵에는 ‘분단시대’라는 낱말이 제법 퍼졌는데, 어느덧 잊히거나 낡은 이름이라 여기는구나 싶어요. 2100년이나 2200년 무렵에 2000년 언저리를 돌아볼 글바치가 있더라도 ‘분단시대’라는 이름을 안 쓸 수 있으리라 봅니다.


  북녘에서 나라를 이끄는 무리는 남녘에서 일군 열매를 아예 안 받아들입니다. 북녘은 ‘조선문학·조선문화·조선예술·조선과학’일 뿐입니다. 남녘도 매한가지라, ‘한국문학·한국문화·한국예술·한국과학’ 일 뿐입니다. 남북녘은 서로 무엇을 하는지 안 쳐다보기도 하고, 알 길이 없기도 한데, 한겨레가 숱하게 살아가는 일본이나 중국이나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군 열매도 남북녘 모두 안 쳐다봅니다.


  중국한겨레나 일본한겨레가 여민 글을 한국문학에 넣거나 가르치는 배움터가 있을까요? 일본한겨레나 중국한겨레가 가꾼 우리글을 말글밭에서 품거나 가르치는 배움터가 있는가요?


  우리는 아직 ‘조선 봉건사대 굴레’를 벗어나지도 못 했다고 느낍니다. ‘조선 봉건사대 굴레’는 ‘역사·문화·사회·경제·과학·문학’을 모두 어느 울타리를 바탕으로 쳐다봅니다. 웃사내질이 판치기도 하지만, 웃사내가 아니어도 ‘힘꾼인 웃가시내’도 나란합니다. 힘과 이름과 돈이 있으면 담벼락을 높이 세워서 끼리끼리 추켜세우고 나눠먹는 얼거리가 단단해요.


  이효재 님은 이런 우리나라를 ‘사회학’이라는 눈으로 읽었습니다. 앞으로 태어나서 자라날 아이들은 굴레나 담벼락이나 힘이나 돈이나 이름이 아닌, 봉건사대도 아니고 끼리질도 아닌, 오롯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어깨동무하는 즐거운 보금자리와 마을을 바라는 뜻을 글자락에 담았어요.



한은 우리 민중 속에서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깔린 아낙네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통속적으로 표현되어 왔으며 그들의 행동을 좌우하는 심리적 요인이었다. (12쪽)


우리 민중인 여성들이 오랜 역사 동안 쌓이고 쌓여온 한에서 해방되지 못하는 한 우리는 한의 노예로 계속 살 수밖에 없으며 인간적 자유와 주체성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13쪽)


분단된 상태에서 분단을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한 집권층의 정치적 노력이 우리 민중의 삶에 인간적 및 비인간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18쪽)


내수(內需) 중심이라기보다는 수출중심적이고, 따라서 국제경쟁력이 우선시되는 경제정책이 채택된다 … 권력의 실질적 근거가 조직의 상층부에 있다. 즉, 국가와 군(軍), 대기업 및 국제자본의 상호관계가 중요한 것이다. (39쪽)


가부장제도의 답습은 또한 지배층에 의해서 권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충효교육이나 전통계승을 위한 문화정책을 뒷받침하는 사회기반으로 이용되고 있다. (58쪽)


군사쿠테타로 정권을 탈취한 기반 위에 민정을 수립한 제3공화국은 그들의 정권에 정통성이 약한 것만큼 정권안정을 위해 민간부문의 집단활동을 정권지지의 기반으로 확대하며, 각 분야 및 계층간의 이해갈등을 억제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82쪽)


즉, 대통령의 진두지휘 아래 시달된 사업이 중앙과 지방의 관료조직을 통하여 농민들에게 지침으로 시달되며 재정적 투입과 함께 마을사람들에게 설득하며 협력하도록 강력한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134쪽)


이름이 없고 지위가 없는 상태에서 묵묵히 살아온 여성들의 생활 자체에서, 특히 국가나 민족공동체의 경제를 위해 생산적 노동을 담당하며 가족의 생존을 지탱해 온 피지배층 여성들의 노동과 삶을 이제 새롭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269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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