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화학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6
현선호 지음, 원정민 그림 / 분홍고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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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2.14.

맑은책시렁 320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화학》

 현선호 글

 원정민 그림

 분홍고래

 2022.9.14.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화학》(현선호, 분홍고래, 2022)은 어린이도 어른도 읽기에는 쉽잖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삶터가 온통 ‘죽음물(화학물질)’투성이인 만큼, 모르쇠로 넘길 수 없습니다.


  일본사람이 붙인 한자말로는 ‘화학’일 테지만, 결이나 쓰임새를 보면 ‘죽음물’이라 할 만합니다. 짜맞추어 내다파는 모든 얼거리는 살림길이기보다는 죽음길이거든요. 길바닥으로 까는 ‘아스팔트’가 ‘석유 찌꺼기’인 줄 모르는 사람이 많을는지 모르고, 이제 웬만큼 알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기름을 쓰는 동안에는 기름 찌꺼기가 쏟아질 테니, 이 찌꺼기로 자꾸 길바닥을 늘려야 할 수 있어요.


  플라스틱더미라든지 기름 찌꺼기로 닦은 길바닥에는 씨앗을 못 심습니다. 아니, 안 심을 테지요. 겨울이 저물어 봄이 올 텐데, 비닐집 아닌 맨땅에서 밭딸기를 거두는 시골집은 몇이나 있는지 아리송합니다. 여러모로 쓰는 데가 많은 ‘죽음길’일는지 모르나, 쓰면 쓸수록 삶하고는 등진다고 할 만합니다.


  《행복한 화학》은 ‘가습기’하고 ‘디디티’를 살짝 다루기는 하지만, 옳은가 그른가 둘로 갈라서 어린이가 스스로 생각하라고 덥석 내려놓다가 끝납니다. 이러면 좀 아닐 텐데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곤충(74쪽)”은 풀벌레가 맡은 일을 모르기에 함부로 쓰는 말입니다. ‘어떤 농작물’이 ‘벌레앓이’를 할는지 따질 일입니다. 한 가지만 잔뜩 심은 데에는 ‘어울림(종 다양성)’이 사라집니다. 어울림을 사람이 깨 놓고서 벌레 탓을 한다면, 사람으로서 좀 아닙니다.


  아직도 아이어른한테 함부로 맞히려는 미리맞기도 죽음물입니다. 《행복한 화학》은 미리맞기는 아예 다루지도 않습니다. 미리맞기 탓에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이 몸앓이를 하는지, 민낯을 제대로 밝히는 길잡이가 얼마나 있는지도 아리송한 노릇입니다. 지난 여러 해 사이에 ‘코로나 예방주사 부작용 사망자’가 잔뜩 불거졌는데, 이런 이야기조차 ‘화학’에서 등돌린다면 안 될 일이라고 느껴요.


  우리가 읽는 책도 거의 ‘화학처리’를 합니다. 그런데 화학처리를 한 책은 불에도 잘 안 타고, 불이 붙어도 냄새가 고약하고, 좀처럼 썩지 않아서 흙으로 돌아가기도 어렵습니다. 화학처리를 안 한 책은 불쏘시개로 쓰기에 좋고, 불이 붙으면 장작하고 비슷한 냄새이고, 잘 썩어서 곧 흙으로 돌아갑니다.


  죽음물을 살림물로 바꾸어 내는 길을 찾을 수 있으면 훌륭하겠지요. 그런데 이 길을 찾기 앞서, 민낯부터 하나하나 짚을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연류된 업체들은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제조업체인 옥시는 과학자를 매수해 유해성 실험 보고서를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28쪽)


“석유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의 가까이에 있던 물질이었지만, 긴 세월 동안 사용법을 몰라 불순물로 취급받았다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전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지. 그런데 화학이 발전하고 정제 기술을 발달하면서 석유의 쓰임새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55쪽)


이온이는 DDT가 말라리아를 퇴치한 것뿐만 아니라 농약 개발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말했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곤충들을 막는 농약들이 생겨나면서 식량 생산량도 크게 증가했다고 말이다. (74쪽)


더 큰 문제는 DDT는 오래 두어도 잘 분해가 되지 않는 특징 때문에 먹이사슬을 통해 계속 상위 포식자에게 축적됐다는 거예요. (86쪽)


+


아침에 아빠가 만들어 놓은 김치볶음밥

→ 아침에 아빠가 해놓은 김치볶음밥

→ 아침에 아빠가 차린 김치볶음밥

→ 아침에 아빠가 선보인 김치볶음밥

19쪽


가족은 그렇게 노케미족(no chemistry族)이 되었다

→ 우리는 그렇게 푸른살림을 걸었다

→ 우리 집은 그렇게 숲빛을 품었다

→ 우리 집안은 그렇게 풀빛길을 걸었다

22쪽


국민들의 알 권리가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고

→ 사람들은 낱낱이 알아야 하고

→ 사람들은 모두 알아야 하고

→ 누구나 알몫을 누려야 하고

→ 누구나 앎빛을 누릴 일이고

15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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