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2.11. 몸살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어릴 적부터 해마다 몸살이 찾아왔습니다. 어지럽고 기운이 빠지고, 걷기는커녕 설 수조차 없이 앓아요. 툭하면 앓던 어릴 적이라 꼬박길은 엄두조차 못 냈습니다. 요새야 안 그러겠지만, 예전에는 ‘개근상’을 못 받으면 놀림도 받았습니다. 여리거나 앓는 몸이 잘못이 아닌데, “공부를 못 해도 학교만 나오면 누구나 받는 상도 못 받느냐?”는 핀잔이 어린이 가슴에 대못을 박는 줄 모르는 길잡이나 어른이 수두룩했습니다. 자주 앓아눕는 아이가 있으면 더 살피고 돌볼 일이었을 텐데요.
푸른배움터나 싸움터에서도 어김없이 몸살은 찾아왔고, 몸살로 기운이 쪽 빠지고 후들후들한 날은 그야말로 죽을 듯합니다. 아프거나 앓는다는 핑계는 안 먹히는 불굿에서 어찌저찌 그날을 견디고 마침내 등허리를 바닥에 누이고 잠드는 날이면, 이튿날 어떻게든 기운을 차리자고 다짐합니다.
벌써 대엿새째 몸살을 앓으며 돌아봅니다. 날마다 다르게 몸앓이를 하며 끙끙대다가, ‘몸살’이란 낱말이 어떻게 태어났을는지 가만히 헤아립니다. 아직 몸이 성하지 않으나, 몸살 기운이 그득한 바로 이때에 몸살 말밑풀이를 해두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기쁜 마음이 가득할 적에 ‘기쁘다’ 뜻풀이를 제대로 할 만하고, 스스로 사랑으로 빛날 적에 ‘사랑’ 뜻풀이를 제대로 할 만합니다. 앓거나 아플 적에 ‘앓다·아프다’라는 낱말을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다룰 만합니다.
우리말 ‘몸살’은 “몸 + 살(삶다·화살)”로 읽어낼 만합니다. 기저귀를 삶아 보신 분은 알겠지요. 화살이 얼마나 뾰족한지 아는 분도 알겠지요. 무엇보다 여러 날 몸살을 앓으면서 물 한 모금조차 못 삼키면서 끙끙거린 분도 알 테고요. 모든 말은 삶에서 태어난 터라, 이 삶을 맞아들이려는 마음만큼 읽고 느끼고 알게 마련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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