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서 쑥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2.7.

책으로 삶읽기 906


《셋이서 쑥》

 주호민

 애니북스

 2014.4.18.



모든 아이는 다르면서 같다. 모든 숨결이 다르니 모든 아이가 다르다. 다 다른 숨결이되, 바탕은 똑같은 사랑이요 사람이다. 사람마다 다르니, 키가 다르고 얼굴에 몸매에 몸짓에 뼈대에 살점에 머리카락에 눈에 목소리에 몸무게에 다 다르다. 이른둥이가 있다면 늦둥이가 있다. 빨리 하는 아이가 있으면 느슨히 하는 아이가 있다. 요즈막에 주호민 씨를 둘러싼 여러 말이 춤춘다. ‘오간다’라기보다는 ‘널뛰기’를 한다.


주호민 씨를 둘러싼 여러 말을 곰곰이 보면, 이쪽이 옳거나 저쪽이 틀리다고 가를 수 없다. 누가 옳거나 그르지 않다. 이 대목을 밑바탕에 두고서 읽어내려는 마음일 때라야, 비로소 속빛을 알아차릴 만하다.


생각해 보자. 주호민·한수자 두 사람은 언제부터 아이한테 ‘녹음기’를 딸려서 보냈을까? 한 번이 아닌 줄 이미 드러났고, 어쩌면 날마다였을 수 있다. 주호민 씨는 이 대목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으나, ‘여럿’이라는 대목은 또렷하다.


아이한테 녹음기를 딸려서 어린배움터에 보내었을 적에 꽤 오래도록 딱히 말썽이라고 여길 일이 없었지 싶다. 다른 녹취록은 굳이 안 들추는 얼거리로 보면 어느 만큼 어림할 수 있다.


주호민·한수자 두 사람 아이는 어린배움터에서 ‘학폭’이라고 여길 만한 큰일을 일으켰고, ‘강제전학’을 해야 할 판이었지만, 어린배움터에서 여기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두 사람 아이를 헤아렸기(배려) 때문이다. 두 사람 아이는 “다른 아이하고 다르다”고 여겨서, “다른 아이들하고 함께 어울리고 지내고 배우는 자리”를 새롭게 마련하려고, 그곳 배움터와 길잡이가 여러모로 애썼다. 그곳 배움터와 길잡이가 애쓰지 않았다면, 이미 두 사람 아이는 ‘강제전학’을 받아야 했다.


“다른 아이”여도, “다른 아이하고 다른 아이”여도, ‘학폭이라 여길 큰일’을 일으킨 터라, “여태까지 다니던 얼거리 그대로 다닐 수 없”게 마련이지만, 주호민·한수자 두 사람은 아무런 뒷돌봄이 없이 곧장 어린배움터로 아이를 보내었다. 주호민·한수자 두 사람은, 두 사람 아이가 일으킨 ‘학폭이라 여길 큰일’을 겪은 “다른 아이와 다른 아이네 어버이”한테 어떤 ‘사과’를 했는지 또렷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주호민·한수자 두 사람이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를 받았는지도 안 밝힌 듯하다.


이러고서 주호민·한수자 두 사람은 어린배움터 길잡이 한 사람을 콕 집어서 ‘아동학대’로 걸었다. 어린배움터 으뜸길잡이(교장)도 ‘아동학대’로 걸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으뜸길잡이는 건너뛰고 ‘특수교사’ 한 사람만 건 듯싶다. 그리고, 주호민·한수자 두 사람 아이한테서 ‘학폭이라 여길 큰일’을 치러야 했던 “다른 아이 어버이”는 주호민·한수자를 ‘아동학대’로 걸지 않고 넘어가 주었다.


여기까지가 주호민 씨를 둘러싼 여러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두 사람이 어떤 마음과 매무새로 아이를 낳아 돌보려 했는가를 스스로 밝힌 《셋이서 쑥》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


“베이비 페어? 그, 그게, 몸이 좀 안 좋아서.” “멀쩡해 보이는데?” “내일부터 몸이 안 좋을 예정이라.” “하여튼 사람 많은 데 참 싫어해요. 은둔형 외톨이야?” “아직 한 달이나 남았잖아?” “한 달 남았으니까 이제 준비해야지!” (7쪽)


→ 한 달 뒤에 아기가 태어난다고 하는데, 두 사람은 ‘아기맞이’를 하나도 안 했다. 주호민 씨는 코앞인 한 달을 앞두고도 ‘베이비 페어’조차 갈 마음이 터럭만큼도 없다.



“아기가 황달 수치가 높아서 광선치료 중이에요.” “우리 선재 아파서 어떡해∼.” (51쪽)


→ 예전에는 드물었으나, 요새는 ‘신생아 황달’이 흔하다. 주호민·한수자 두 사람은 이때에 갓난아기를 어떻게 돌보거나 다스려야 하는가를 살피지 않은 듯하다. 그냥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맡겼다.



“오빠, 우리 육아용품 하나도 없는데 어쩌지?” “음, 노트북 가져올게 주문하렴.” 수자는 조리원에서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주문∼. 나는 집에서 택배를 받아 차곡차곡 정리했다. (71쪽)


→ 아기가 태어났어도 ‘아기살림’을 하나도 안 갖추었다. ‘산후조리원’에서 나갈 때에 이르러 비로소 인터넷으로 샀다. 주호민 씨는 ‘아기수레’를 ‘자동차 쇼핑’을 하듯 눈을 밝히면서 샀다. 아기가 태어나고 여러 날 지나도록 아기를 바라볼 적에 눈을 반짝이지 않았으나, 이때 처음으로 눈을 반짝였다고 이 만화책에서 스스로 밝힌다.



“여기에선 무슨 일 생겨도 간호사들이 봐주는데, 이제 집에 가면 온전히 우리 둘이 감당해야 하잖아.” “그냥 하면 되지 뭐∼. 닥치면 다 하게 된다고∼” “그럼 오빠가 목욕도 시켜 줄 거야?” “당연하지.” “그럼 오늘밤에 원장님이 목욕시키는 거 잘 봐둬.” (87쪽)


→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주호민·한수자 두 사람이 ‘아기하고 지낼 삶’으로 무엇을 배우거나 읽었는지 하나도 안 나온다. ‘베이비 페어’조차 가지 않으려 했던 주호민 씨인데, 강의를 미리 들었는지 알 길이 없고, ‘아기 돌보기 길잡이책’을 읽었는지 알 길이 없다. 책은 읽었을 수 있으나, 만화책에는 한 칸으로도 나온 적이 없다. 또한 산후조리원에서 나오는 날까지도 주호민 씨는 아기를 씻긴 적이 없다. 어떻게 씻겨야 하는지마저 모르는데, 마지막날 ‘구경’ 한 번은 한다.



미안한 마음이 첫째요, 아까운 마음이 두 번째다. 그도 그런 것이 분윳값은 한웃값과 맞먹는다. (136쪽)


→ 분유를 사는 데에 드는 돈이 한우를 사는 데에 드는 돈하고 맞먹는다고 말하면서 돈 걱정을 한다.



그리고 몇 주 후에는 결핵 예방접종을 하러 갔다. (141쪽)


→ 주호민·한수자 두 사람은 아이한테 모든 예방접종을 따박따박 맞추었다. 예방접종이 무엇인지 미리 알아보려 하지 않았고, 그다지 마음이 없고, 아기 몸에 어떻게 스며드는지 살펴보려 하지 않았다.



아기 우는 소리를 또 못 들었다. 예방접종을 하고 와서 열이 올라 밤새 운 것이다. 이번에도 수자는 날 깨우지 않았고, 이번에도 무척 화가 나 있었다. (172쪽)


→ 예방접종 부작용이 몇 판 있었는지 모르나, 꽤 있었던 듯싶다. 이때에 주호민·한수자 두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 알 길은 없으나, 주호민 씨는 그저 단잠에 곯아떨어졌고, 다른 날에는 깊이 잠든 척하면서 안 일어났다고 한다.



이번에는 나도 화가 났다. “애가 울면 깨우면 되잖아? 왜 놔뒀다가 일어나면 화를 내는 거야?” “애 우는 소리가 안 들려? 지금 몇 시간째 울고 있는데!” “잠들면 못 들을 수도 있지! 그리고 네가 보고 있잖아?” “오빠는, 지금 육아를 하는 게 아니야. 육아 놀이를 하고 있는 거지.” (173쪽)


→ 예방접종 부작용이 있던 날 밤에도 단잠을 이룬 주호민 씨는 다른 날에도 밤에는 거의 안 일어난 듯하다. 한수자 씨는 주호민 씨한테 ‘육아 놀이’를 한다고 소리를 지른다. 아기가 울 적에 잠든 척하던 주호민 씨는 왜 안 일어나느냐고 울면서 따진 짝꿍한테 오히려 큰소리를 치면서 왜 안 깨웠느냐고 맞받는다. 스스로 잠든 척했다는 말은 안 했다.



작업실을 알아보게 되었다. 일을 더 쉬면 감을 잃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집에서 일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상상력은 잉여로움에서 나온다는 게 내 생각인데, 이제는 집에서의 생활이 잉여롭지가 않기 때문이다. (190쪽)


→ 만화에서 주호민 씨 스스로 아기를 돌본 모습이 거의 또는 아예 안 나오다시피 한다. 아기하고 어떻게 놀았는지, 아기한테 무엇을 보여주고 가르쳤는지, 아기 젖떼기나 집안일이나 집안살림을 어떻게 했는지도 만화책에는 하나도 안 나온다고 할 만하다. 밤낮으로 보채는 아기를 돌본 일이 그다지 없어 보이는 주호민 씨는 아예 ‘집에서 좀 먼 곳’으로 ‘웹툰 그리는 작업실’을 마련하기로 한다. 아직 아기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가장 컸다. 수자의 관심을 아기에게 모조리 빼앗겼다는 느낌. 이제 찌질한 걸 알기에 더 괴롭다. (246쪽)


→ 주호민 씨는 아기한테서 사랑받고 눈길을 받기보다는 한수자 씨 사랑과 눈길을 받고 싶어한다.



결국, 선재 방에 CCTV를 달기로 했다. 소리와 동작 감지 센서가 있어서 스마트폰으로 알람이 온다. (260쪽)


→ 그야말로 갓난아기인데, 갓난아기를 엄마아빠가 둘 사이에 놓고서 재우는 살림이 아닌, 갓난아기를 따로 혼자 재우고서 ‘아기 혼자 자는 칸’에 시시티비를 달았다고 한다. 이런 두 사람은 ‘아기를 혼자 자라고 해놓’고서 느긋한 마음과 몸’으로 스마트폰 폭풍검색을 하였다고 한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한참 만지작거리다 늦게 잠든다. 달콤한 자유시간을 잠으로 보내기는 아까우니까. (261쪽)


→ 갓난아기를 곁에서 둘이 함께 돌보기가 버겁고 벅차고 힘들어서, 시시티비를 ‘갓난아기 방’에 달아 놓고서, 두 사람은 스마트폰을 붙잡았다고 하는데, 이렇게 세 사람이 살아왔고, 주호민·한수자 두 사람은 이렁저렁 여덟 살에 이른 아이를 어린배움터에 보냈다.



+


《셋이서 쑥》(주호민, 애니북스, 2014)


혼자 유축을 하는 일이 계속되었다

→ 혼자 내내 젖을 짰다

→ 날마다 혼자 젖을 짰다

60쪽


예전에는 관용적으로 들렸었는데 이젠 확 와닿는 것이다

→ 예전에는 그러려니 들렸는데 이젠 확 와닿는다

→ 예전에는 뻔하게 들렸는데 이젠 확 와닿는다

→ 예전에는 그냥그냥 들렸는데 이젠 확 와닿는다

137쪽


상상력은 잉여로움에서 나온다는 게 내 생각인데

→ 새길은 노닥거려야 나온다고 여기는데

→ 나는 탱자탱자해야 꿈꾼다고 여기는데

190쪽


수자가 천군만마로 보인다

→ 수자가 든든해 보인다

→ 수자가 듬직해 보인다

273쪽


후딱 끝났던 오십일 촬영과는 천양지차다

→ 후딱 찍고 끝낸 쉰날과는 다르다

→ 후딱 찍은 쉰날과는 까마득하다

3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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