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떡 하나 : 우리 옛말에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가 있다. 하늬녘 예수님이 멧숲에서 들려주었다는 “미우니 사랑하라”하고 같은 얼거리이자 뜻이다. 미운 아이한테 떡 하나를 더 줄 적에는 오롯이 사랑일 노릇이다. 사랑이 없이 떡을 한둘이나 서넛 더 준들 안 반갑고 안 즐겁다. 옹글게 사랑으로 떡 하나를 더 주기에 모든 앙금에 고름에 생채기를 씻는다. 그런데 수수한 한 마디인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나 “미우니 사랑하라”를 몸소 보이거나 가르치거나 들려주거나 펴는 어른이 참으로 드물다. 밉다고 여기는 쪽을 삿대질로 깎아내리는 꼰대가 넘친다. 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데 어떻게 사랑하느냐며 되레 따지는 꼰대가 넘실댄다. ‘예수님 말씀’이나 ‘하느님 말씀’이라고 하더라도 도무지 안 받아들이는 꼰대가 가득하다. 울고 보채기만 하는 아기한테 젖을 물리기에 어버이라는 삶이다. 말을 할 줄 모르면서 울고 보채는 아이를 그저 사랑으로 달래고 다독이기에 어버이라는 살림이다. 밉다고 여길 만한 일이 눈앞에 나타나거나 생길 적에, 곧장 마음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품고서 상냥하게 마주하면서 풀어내려는 길을 한 발짝 내딛는다면, 이때에 비로소 ‘어른’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어른이 아닌 사람은 얼뜨기요, 철바보요, 칭얼쟁이일 뿐이다. 2004.1.3.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