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이오덕 글, 길, 2004.4.20.
바람이 잠들고 볕이 넉넉히 퍼지는 아침이다. 새한테 줄 과일이 떨어졌다. 우리 집 마당에 내려앉는 새마다 “뭐야? 어제도 오늘도 없잖아?” 하면서 소리친다. 읍내를 다녀올 적에 좀 장만해 놓아야겠다. 나도 먹고 아이도 먹고 새도 먹는다. 벌레도 먹고, 흙도 먹고, 나무도 새롭게 먹는다.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가 나온 지 벌써 스무 해가 흘렀다. 책이름에 왜 ‘-서’가 빠졌는지 아리송했지만, 그만큼 ‘-한테·-한테서’를 옳게 가누는 글바치가 적다. 이오덕 어른이 떠난 뒤에 나온 책이니 이오덕 어른이 글손질을 못 봐준다면, 엮는이가 더 살필 노릇일 텐데,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차근차근 익히는 사람이 뜻밖에 매우 적다. 요즈막에 〈티쳐스〉라는 풀그림을 곧잘 들여다보는데, 숱한 아이들이 ‘영어·수학’에는 그야말로 온힘을 쏟되, 막상 ‘우리말’에는 그리 마음도 힘도 안 쏟거나 덜 쏟는다. 무엇보다도 온갖 책을 고루 읽는 매무새도 차츰 줄어든다. 몇몇 책만 읽어서는 글눈을 못 틔운다. 글눈을 못 틔우면 이야기를 못 읽고, 삶도 살림도 사랑도 숲도 못 읽게 마련이다. 왜 아이들한테서 배워야겠는가? 어린이 눈높이로 삶을 짓고, 어린이와 어깨동무하는 말빛을 살찌울 적에, 누구나 어진 어른으로 일어설 만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