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17.

숨은책 892


《벙커깊수키 24》

 죽지않는돌고래 엮음

 딴지일보

 2016.11.



  시골사람은 ‘교통방송’을 들을 일도 까닭도 없습니다. 교통방송은 시골을 찾아가는 일도 까닭도 없습니다. 시골에서야말로 부릉부릉 무시무시하게 치달릴 뿐 아니라, 아침낮저녁으로 술을 머금은 채 달리는 쇳덩이가 넘치지만, 막상 시골 교통방송이 없는 나라입니다. 시골에서는 멧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바닷물이 철렁이는 춤사위를 보고, 철마다 옷갈이를 하는 들숲메를 품습니다. 가만 보면, 시골에서는 굳이 책조차 읽을 까닭이 없습니다. 풀벌레 한 마리가 두툼한 꾸러미요, 나비 날갯짓이 어마어마한 낱말책이에요. 《벙커깊수키 24》을 서울 어느 헌책집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왜 싸움말(군대용어)을 책이름으로 삼았나 아리송하고, ‘깊수키’처럼 말장난을 할 수 있다지만, ‘싸움(군대) + 말장난’이 바로 〈딴지일보〉가 걸어온 뼈대일 테지요. 책 뒷자락뿐 아니라 곳곳에 ‘장사알림’이 있고, 잇물(치약)까지 팔기에 뭔가 갸우뚱했는데, 〈딴지마켓〉이라는 누리장사를 펴는군요. 누구나 뭘 사고팔 수 있고, 목소리를 낼 노릇입니다. 다만, 미움씨앗은 미움으로 치닫고, 싸움말은 그저 싸움불굿으로 달려갑니다. 아름나라는 미움이나 싸움으로 못 이뤄요. 비아냥과 말장난으로는 사랑이며 참길과 숲하고 그저 멀 뿐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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