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17.

숨은책 890


《韓國의 女像 (梅篇)》

 진원규 엮음

 중외출판사

 1972.8.13.



  모든 사람은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있어야 태어납니다. 사람뿐 아니라 풀꽃나무도, 벌나비도, 새도, 짐승도, 헤엄이도, 벌레도, 암수가 맺을 적에 알을 낳아요. 우리말을 보면 ‘어버이·암수’처럼 ‘어머니·암컷’을 앞에 놓습니다. ‘아버지·수컷’은 뒤따라요. 이와 달리 한자말은 ‘부모·남녀’처럼 사내를 앞세웁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숱한 한문책은 오롯이 ‘사내 발자취’입니다. 사내끼리 돌려먹고 우려먹고 해먹은 나날을 새깁니다. 사내인 몸도, 가시내인 몸도,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함께 있기에 태어나는데, 조선 오백 해는 너무 외곬로 치달으면서 억누르고 갈랐습니다. 《韓國의 女像 (梅篇)》을 넘기다가 생각합니다. 순이살림(여성 역사·문화)은 글로 거의 안 남기다시피 했기에 따로 꾸려야 하는구나 싶고, 모처럼 순이살림을 담더라도 틀에 박힌 줄거리를 못 벗어나곤 합니다. 이 꾸러미조차 이름·돈·힘을 거느린 이들을 앞세웁니다. 그래도 “부인 밤 줍기대회 20년만에 부활 1959.9.20.” 같은 토막글은 재미있는데, 순이가 어떤 넋으로 온삶을 짓고 온길을 걸었는지까지는 못 다뤄요. 이 꾸러미 앞자락에는 “結婚記念 1973.4.2. 新郞 陳元圭·新婦 崔重熙 드림” 같은 글씨가 있습니다. 엮은이가 꽃잔치를 열면서 둘레에 두툼한 책을 베풀었다니 놀라워요. 한 발짝 새로 떼려는 길이었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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